본격적인 쟁점법안 처리를 앞두고 한나라당 지도부가 연이은 엇박자를 내면서 1월 임시국회 때처럼 야당에 끌려다니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당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0일 예정된 원세훈 국정원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끝난 뒤 '입법전쟁'에 시동을 걸어야 2월 임시국회에서 중점법안 처리를 마감할 수 있지만, 최근 지도부가 사안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일선 의원들도 무력감을 겪고 있다.

홍준표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 지도부와 친이계는 민주당이 상임위 회의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단독으로라도 법안을 심의하라며 '강경론'을 내세우고 있지만, 현재 회의를 열고 있는 상임위는 기재위와 행안위, 지경위, 문광위에 불과하다.

나머지 상임위의 위원장들이 여야 간사 합의 없이 전체회의를 열기는 어렵다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 7일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회의를 열지 않고 있는 상임위를 일일이 지목하며 "기재위 등 4개 상임위만 원활하게 활동하고 있고 나머지 위원회는 법안처리가 상당히 난항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비준 동의안 처리를 4월 임시국회로 늦출 수 있다는 입장을 바꿔 다시 조속한 처리를 주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속도론을 강조하며 원내지도부에 힘을 실어주었던 박희태 대표도 최근에는 법안 처리와 관련해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 2일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청와대 회동 이후에는 이런 모습들이 더 두드러지고 있다.

박희태 대표는 지난 4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본회의 시간이 아닐 때는 상임위를 가동해 야당의 의견도 듣고 노력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한 뒤 법안처리와 관련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관심도 박 대표가 '2차 입법전쟁'에서 어떤 전략을 구사할지보다는 4월 재보선에서 그가 인천 부평에 출마할 지에 쏠려 있다.

임태희 정책위의장도 최근 비정규직법과 관련해 홍준표 원내대표와 부딪히는 등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비정규직의 고용기간을 한시적으로 늘리는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제안했지만, 임 정책위의장은 "사안별로 다양하게 정리하고 있는 만큼 다양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한 친박계 의원들과 중도 성향 의원들은 국민과 야당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며 '속도조절론'을 제기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초선 의원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쟁점법안 처리가 본격화되기 전에 전열을 가다듬어야 한다"며 "야당이 이번 국회를 '용산국회'로 만들겠다고 벼르고 있는데, 당 지도부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말이 계속 나오면 우리가 기선을 잡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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