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내 최대 계파인 친이계 내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그동안 소(小)계파로 흘어져 상대적으로 결속력이 느슨했던 친이계가 최근 들어 부쩍 세 결집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이 같은 기류 변화에는 친이계 내부의 위기의식이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계파집권 2년째에 접어들었지만 지지율은 좀처럼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고, 미국발 금융위기는 실물경제로까지 파급된지 오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의 성공과 차기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친이계 내부의 결속력을 강화해 이명박 정부의 든든한 우군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범친이계 연대론'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친이계 의원 40여명이 지난 8일 저녁 비공개 회동을 가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 부의장이 이날 인사말을 통해 "앞으로 100일이 국정을 판가름할 할 것"이라며 "나라가 여러 가지로 어렵지만 당 지도부가 결정내는 대로 전원 참여해서 법안 통과에 뒷받침을 해달라"고 말한 대목은 의미 심장해 보인다.

이 자리에는 친이계가 아닌 정몽준 최고위원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당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범 친이계가 정 최고위원과 전략적 제휴를 시도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재·보선 출마가 유력시되는 박희태 대표가 당 대표직을 내놓을 경우 지난해 대표 경선에서 2위를 차지한 정 최고위원이 대표직을 승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친이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박 대표의 재보선 출마를 빌미로 친박계가 조기 전당대회를 요구하거나, 낙선할 경우 친박계가 당권 장악을 시도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친이계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기류 변화를 반영하듯 지난 6일 열린 정 최고위원의 정책연구소 '해밀을 찾는 소망' 개소식에는 이 전 부의장을 비롯해 안경률 사무총장, 정두언 의원 등 친이계 주축 의원들이 대거 참석해 정치권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박 대표는 축사를 통해 "사람은 누구나 꿈이 있는데 더욱이 이름에 '꿈 몽'자가 들어가는 정 최고위원은 정말 꿈의 사나이"라며 "그 꿈이 무엇이든 그 꿈이 반드시 이뤄지기를 여러분과 함께 간절히 소망한다"고 대권을 언급하기도 했다.

범 친이계의 전략적 연대가 가시화될 경우 당권은 정몽준 최고위원이 맡고, 정국 전체의 방향을 이끌고 갈 외곽 포스트의 역할은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물밑 조율과 계파간 소통 역할은 이 전 부의장이 맡는 형태로 권력 구도가 재편될 것이라는 때 이른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으로서도 '55인 공천 항명 파동' 등으로 그동안 소원했던 이 전 부의장과의 화해 분위기를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실제로 8일 회동도 친이재오계가 주축인 당내 연구 모임 '함께 내일로'가 마련한 행사였다.

공성진 최고위원은 이 자리에서 "비슷한 사람끼리 모여 시너지를 주고 시각이 다른 분들과는 적절한 긴장을 유지시켜야 상호 발전이 가능하다"며 ""2월 국회와 4월 재·보선에서 계파의 이익을 대변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친이재오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 전 부의장과 정 최고위원의 급속한 제휴 움직임을 경계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의 입장에서는 국내에 복귀하더라도 당장 당직을 비롯한 가시적인 직책을 맡기 어려운 상황에서 관건은 안정적인 착근 여부다.

이에 따라 정 최고위원이 당내 지분을 확대해나간다는 게 달가울 리만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전 최고위원의 한 측근은 9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정 최고위원은 이미 입당 때부터 범 친이계가 아니었느냐"며 "이 전 최고위원은 귀국 후에도 당분간 백의종군할 것이라는 본인의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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