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진이 완벽히 붕괴된 한국이 '숙적' 일본에 콜드게임 패배의 치욕을 당했다.

한국야구대표팀은 7일 오후 7시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승자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2-14, 7회 콜드게임 패했다.

전날 대만을 9-0으로 대파하고 기세를 높였던 한국은 일본에 힘없이 무너지며 대회 첫 패배를 안았다.

2008베이징올림픽부터 시작된 일본전 연승 기록이 '2'에서 멈춘 것은 물론, 프로 선수들이 대표팀에 합류하기 시작한 1998년 이후 첫 콜드게임의 수모를 당했다.

패자부활 2회전으로 밀려난 한국은 8일 오후 6시30분 같은 장소에서 대만을 꺾은 중국과 2라운드 진출 티켓을 놓고 일전을 벌인다.

2승의 일본은 2라운드에 선착했다.

그동안 '일본 킬러'로 명성을 떨친 김광현(SK)의 부진이 치명적이었다.

지난해 11월 아시아시리즈2008 이후 4개월여 만에 도쿄돔 마운드를 밟은 김광현은 변화구를 노리고 들어선 일본 타자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1회초 선두 타자 스즈키 이치로(시애틀)에게 슬라이더를 던지다 안타를 맞은 김광현은 나카지마 히로유키(세이부)와 아오키 노리치카(야쿠르트)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1점을 내줬다.

이 후 직구 위주의 피칭으로 패턴의 변화를 준 김광현은 4번 무라타 슈이치(요코하마)와 5번 오가사와 미치히로(요미우리)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위기에서 벗어나는 듯 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센트럴리그 타격왕 우치카와 세이치(요코하마)에게 2타점 2루타를 허용하며 0-3으로 끌려갔다.

한국은 1회말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2사 3루의 찬스를 잡은 한국은 가장 타격감이 좋은 김태균이 상대 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에게 좌측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투런 홈런을 뽑아내며 3-2를 만들었다.

김태균은 스리볼에서 마쓰자카의 공이 높게 날아오는 것을 놓치지 않고 비거리 140m짜리 홈런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한국은 2회 김광현이 완전히 무너지면서 승기를 넘겨줬다.

무사 1,2루에서 이치로에게 기습 번트를 허용한 김광현은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카지마에게 밀어내기 볼넷으로 1점을 내준 김광현은 2-5에서 무라타에게 홈런을 허용하며 강판당했다.

김광현은 스트라이크 2개로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들었지만 결정구가 번번이 커트당하며 어려운 승부를 이어갔다.

결국,10구만에 무라타에게 3점 홈런을 내줬다.

사실상 승부가 결정된 순간이었다.

일본 언론의 집중 관심을 받은 김광현은 1⅓이닝 8실점으로 이력에 오점을 남겼다.

6점차 리드를 업고 마운드에 오른 마쓰자카는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반면, 스윙이 커진 한국 타자들은 번번이 범타로 돌아서며 점수차를 좁히지 못했다.

4회와 5회 3점을 추가하며 11-2까지 달아난 일본의 기세는 쉽게 꺾이지 않았다.

완전히 분위기를 가져간 일본은 이번 기회에 한국의 의지를 완전히 꺾으려는 듯 계속해서 밀어붙였다.

이미 경기를 포기한 듯한 한국은 4번째 투수 이재우(두산)의 3실점으로 7회 2-14의 굴욕적인 스코어를 받아들었다.

콜드게임 위기에 몰린 한국은 7회 마지막 공격에서 무사 1,2루의 기회를 잡았지만 무득점에 그치며 수모를 피하지 못했다.

김광현-정현욱-장원삼-이재우가 이어던진 투수진은 14안타를 얻어 맞으며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고 타선 역시 4안타로 침묵했다.

투타 균형이 완전히 무너진 한국은 정규이닝을 채우지도 못한 채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일본 야구의 심장'으로 불리는 도쿄돔에서 한국의 콧대를 납작하게 만든 일본 선수들은 도쿄돔을 가득 메운 홈 관중들과 함께 승리를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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