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는 전통이 아니다. 세상 모든 종이의 미래다. 펄프로 만든 종이의 문제점은 전 세계의 과제로 활발히 거론되고 있다. 오래된 나무를 베어내 종이로 생산하는 지금의 제작과정은 지구환경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한지는 닥나무 껍질을 이용해 제작하는데 햇수에 따라 종이 질에는 차이가 있지만 매년 자라나는 닥을 잘라 껍질로 한지를 만들기 때문에 펄프 원료의 종이와는 환경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훨씬 이득이 크다. 우리의 고유한 한지 제조법이 미래 종이에 적합한 소재로 부각될 날도 그리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닥나무 껍질 이용 제작

이처럼 전주한지의 과학적 우수성이나 친환경성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지만 한지의 생활화와 실용화 단계에 있어서는 많은 개발과 연구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많은 소비자들이 전주 한지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인정하고 있었지만 가격이 비싼 것을 단점으로 지적해 온 것이 사실이다. 가격문제야 대량생산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얼마든지 해결 가능한 부분이다. 진짜 문제는 이러한 대량 시스템을 구축할 정도의 산업 가능성과 경쟁력이 전주한지에 있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오랜 시간동안 전주지역 한지업체와 전주시가 함께 전주한지의 산업화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온 부분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고민의 끝이 조금씩 보이는 듯 하다. 그리고 그 고민의 끝이 조금씩 보이는 듯 하다. 전주한지의 산업화와 생활화의 가시적인 성과가 몇 년 새 부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가장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한지 벽지 분야’이다.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게스트룸을 화려하게 장식하던 전주한지가 올해 초에는 서울 반포의 한 아파트 신축 현장에 벽지로 등장했다. 기존의 벽지보다는 가격이 높지만 친환경 소재라는 이점이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게 된 것이다. 전주의 아파트에서도 한지 벽지를 시공할 계획이라니 친환경 한지 벽지를 많은 주택에서 보게 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한지 의복의 경우에도 한지사의 친환경성을 인정받으면서 전통한복 뿐 아니라 유니폼, 휴식복 등 일반 의류에까지 사용되고 있으며 해외 패션계에서도 의류 신소재로 한지에 관심을 가지면서 관련 분야가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현대 인쇄산업에서도 한지의 활용 범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되면서 전주한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특히 최근 전주시와 문화관광부가 함께 추진하게 될 ‘전주한지를 이용한 조선왕조실록 복본화 사업’이 성공하게 되면 기록보존매체로서의 한지의 우수성을 알리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의정부에는 신(新) 한옥마을을, 전주에는 한옥형 아파트를 건설하겠다는 대한주택공사의 계획에서 전주 한옥마을의 힘을 실감했다면 과장된 생각일까?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한 전주한옥마을이 관광객 130만 명 시대를 돌파하고, 많은 이들이 지향하는 새로운 주거공간의 형태로, 한옥형 아파트로 변화발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전통문화의 힘과 산업화의 가능성을 다시금 실감하게 된다.

 친환경 한지의복 성장 기대

전통문화를 일상으로 만들어 내는 힘과 저력을 가진 도시가 우리 전주시인만큼, 전주한지의 산업화와 생활화도 조만간 좋은 결실을 거두리라고 기대하게 되는 이유이다.

그리고 종이의 모습을 미래를 새롭게 바꾸어 갈 전주한지의 밝은 내일을 위해서는 전주한지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지원이 무엇보다도 가장 필요할 것으로 본다. ‘전주한지를 생활의 일부처럼 찾고 쓰고 활용하는 노력, 그리고 그 일을 지치지 않고 이어가야 한다는 것.’ 오늘, 이 한 마디를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작은 한지 수첩에 적어 본다. 

 /고 언기 (전주시 전통문화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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