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전주문화원장

최근 몇 년 사이 연예인들의 자살이 잇달더니 올 봄 들어 젊은이들의 동반 자살이 부쩍 늘어나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 6일에도 우리고장 익산시 함라면 농로에서 선후배 사이인 20대 청년 두 명이 승용차 안에 숨진 시체로 발견됐습니다. 이들 중 한명은 지난달 자살을 기도했다가 실패하여 병원에 입원 중이었는데, 지난 4일 유서를 써놓고 병원을 나가 가족들이 실종 신고했었으며 발견된 차량의 정황으로 봐 자살이 분명합니다. 

 자살분위기 확산 우려할 상황

세상을 비관해서 자살하는 사람, 삶이 어려워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 빚쟁이의 독촉을 못 이겨 자살하는 사람, 자살의 동기도 여러 가지이지만 자살 분위기가 사회에 퍼지고 있음은 크게 우려할 만한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더욱 황당한 것은 자살을 부추기는 인터넷 자살 사이트가 버젓이 운용되는가 하면, 자살하려고 극약 등 자살 도구를 구하려는 사람에게 전자 우편으로 접근하여 돈을 가로채는 사기꾼도 생겼다는 것입니다.

경찰은 인터넷상 자살 관련 게시글 317건을 발견, 포털 사이트 등에 즉시 삭제 요청하고, 자살 위험성이 높은 56명을 보호자에게 인계하거나 상담하는 등 구호했으며, 현행법 위반 사안 24건에 대해서는 수사하여 4명을 구속하고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합니다. 

보건복지가족부와 한국자살예방협회는 인터넷 공간에서의 자살관련 유해 정보를 근절하고, 생명 존중 문화를 조성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의 자살 사건을 보도한 일부 신문 방송들이 자살 방법을 자세하게 묘사할 뿐만 아니라 자살 현장과 자살 도구까지 사진을 게재하고, 자살원인에 대하여 온갖 추측기사를 여과 없이 보도함으로써 모방 자살을 부추기지 않는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자살 충동은 전염력이 매우 강하고, 자살 사망자의 가족, 동료, 친지 등에게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살 사건 보도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함이 필요합니다. 

자살에 대한 보도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줘야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자살의 전염성을 감안하여 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한국기자협회가 지난 2004년 보건복지부, 한국자살예방협회와 공동으로 제정한 ‘언론보도권고기준’을 지켜야 할 것입니다. 

한편, 자살은 정부나 관련 기관, 단체들의 대책만으로는 근절에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생명 존중 문화가 절실합니다. 그러나 최근 서구 문화의 개인주의가 만연하면서 자살에 대한 방임적 태도가 형성된 것으로도 보입니다.

 건강한 문화 진흥 절실한 때

우리 사회는 전통적으로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라는 사상이 있어 부모로부터 받은 내 몸과 생명을 내 마음대로 어쩌지 못한다는 생각이 지배했고, 상고시대부터 우리 문화의 원형인 홍익인간 정신은 나와 너, 우리 모두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알기에 자살은 자기 생명에 대한 살인 행위로 규정해 왔습니다.

최근에 잘못 수입된 서구 문화, 특히 뉴에이지 문화는 홍익인간 정신과는 다른 환상적, 자유방임적 사고를 조장하여 자살을 충동하게 한 요인이라고 생각됩니다.

신종 독감보다도 무서운 자살 충동의 유행병이 만연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의 건강한 문화를 진흥시킬 필요를 다시 한 번 절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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