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희함열고 교감

  지구상에 인류가 탄생한 이래로 모두가 한결같이 염원해 왔던 평화의 덕목을 올바르게 실현하는 열쇠는 서로 사랑함에 있다. 그리고 진정한 사랑은 나보다는 남을 먼저 배려하는 마음에서 얻어진다.

  내게 남을 위해 헌신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보여 주었던 군대 신병 시절의 친구를 나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수없이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도 그 친구 기억은 또렷하게 다가온다.

 사랑은 남을 배려하는 마음

  그는 내가 소속된 훈련병 소대에서 가장 학력이 뒤떨어진 친구였다. 그 시절이야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고학력에 속했다. 물론 당시 국민학교(초등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한 친구도 많았다. 그 친구 역시 학교 문턱도 밟아 보지 못할 만큼 교육혜택과는 거리가 먼 친구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그는 남을 배려하는 온정으로 더불어 세상을 살아나가는 방법을 우리에게 실천으로 가르쳐 주었다.

  옛날처럼 고되고 짜증나는 군대 신병 훈련을 겪어 본 사람들은 아예 회상하는 일조차 싫은 일이겠지만 주간에는 과연 전쟁이 벌어졌을 때 그 중 얼마나 실전에 응용할 수 있을는지를 짐작하기 어려운 고된 훈련이 계속되었다. 낮 시간의 고된 훈련 과정을 소화하느라 녹초가 된 우리는 야간엔 또 내무반 점호를 통한 암기사항 확인 과정의 피곤한 일정을 거쳐야 했다. 그 때마다 순조롭게 흘러가던 우리 내무반 시계를 멈추게 했던 장본인이 바로 이 글의 초반부에서 소개된 그 친구였다.

  그는 거의 매일 그 날에 주어진 암기과제, 예를 들면 국민 교육 헌장이나 총검술 16개 동작 순서 말하기 등에서 지적을 받게 되었고, 그로 인해 우리 내무반 일동은 혹독한 단체기합에 시달려야 했다. 그 덕분에 우리 취침 시간은 그 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때 우리 스스로를 놀랍게 했던 것은 그토록 우리 소대원 모두가 그로 인해 큰 곤욕을 치르면서도 어느 누구도 그를 원망하거나 탓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그는 자기로 인하여 고통 받는 동지들에게 조금이라도 보답하기 위하여 자신이 할 수 있는 헌신적 봉사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우리 모두에게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다. 비록 그 친구 때문에 기합을 받고 잠을 덜 자는 불편을 겪었던 전우들도 그의 친절한 배려 앞에 감히 원망이란 걸 할 수 없었다.

 최선을 다한 헌신봉사에 감동

  그는 모두가 고된 훈련을 끝내고 지쳐버린 육신을 걸레처럼 아무데나 내던진 채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쉬지 않고 부지런히 자기 할 일을 찾아 내무반 곳곳을 청소하거나 남의 관물까지 정리해 주는 정성을 보였고 심지어는 동료들의 찢어진 훈련복을 기워주기도 했다. 자기가 당번이 아닌데도 ‘각 내무반 별로 사역병 1명 집합’신호가 떨어지면 자진하여 제일 먼저 뛰어나가는 등의 그야말로 머리가 아닌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소대원 전체의 몫이라도 혼자 다 해내겠다는 의욕을 보여 주었던 것이다.

  그런 동지에게 누가 감히 요즘 애들이 흔히 말하듯이 ‘너 때문’이라고 원망하고 화를 낼 수 있었겠는가?  자기 자신만을 알고, 자신의 잘못도 남의 탓으로 돌리는 요즘 세태 속에 그 친구가 보고 싶은 것은 왜 일까? 몸으로라도 남을 배려하던 그 친구가 지금 어디서 무엇하고 있는 지 궁금하다. 그리고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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