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9시. 36년 만에 드디어 5만원 권이 첫발을 내딛은 만큼 시민들과 은행의 분위기를 둘러봤다.

지난 1973년 1만원 권이 나온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고액화폐는 새 지폐를 향한 기대감과 체감 물가를 우려하는 목소리로 나뉘면서, 신권을 바라보는 시각과 마음이 모두 제 각각이다. 이른 아침부터 많은 사람들이 은행에 몰렸던 예년의 신권출시 때와는 달리 불경기를 반영하듯 은행 창구는 한산해 더욱 신선을 끌었다.

이날 오전 10시께 전북은행 본점에는 생각보다 적은 인원에 평상시와 다름없는 업무 구조로 고객을 맞았다. 은행 관계자는 “시기적으로 새해도 아니었고, 특별히 5만원 권을 급하게 구입해야 할 명분이 없었던 탓인지 생각보다 한산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지점들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하지만 고객 수에 비해 한 사람이 바꿔가는 액수가 많아서인지 전북은행이 이 날 하루 한국은행으로부터 전달받은 5만원 권 110억원 중 남은 금액은 5시 현재 1억 여 원에 불과하다는 것.

이 같은 수치는 각 지점별 평균 1억5천만원씩 오늘 하루 두 차례에 걸쳐 3억원 가량을 나눠주고 본점에서 소지한 금액이다.  

또 각 지점에서는 주요 거래처나 VIP 고객을 대상으로 직접 방문, 교환해 주는 서비스에 나섰는가 하면, 모 지점에는 현금 1천500만원을 들고 와 신권 5만 원짜리로 모두 교환해달라고 애원하는 통에, 고액권 한 다발에 해당되는 500만원만 바꿔준 사례도 있었다.

유은영씨(45ㆍ전주시 아중리)는 “주변 사람에게 5만원 권을 선물하려고 아침부터 왔는데 생각보다 한산해 다행이다”며 “사실 기념선물로 가족들에게 줄 게 아니면 한 푼이 아쉬운 요즘 굳이 고액권의 돈을 바꿀 이유가 없지 않냐”고 말했다.

하지만 시중은행과 달리 5만원 권을 한국은행으로부터 직접 공급받지 못한 신협과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등도 새로 발행되는 5만원권 때문에 하루 종일 울상이었다.이들 제2금융권 은행들은 5만원 권을 한국은행이 아닌 주거래 은행으로부터 공급받아야 하는데, 시중은행들도 고객들의 신권 교환 요구에 당분간은 물량이 넉넉치 않아 대부분 지점들이 신권 공급을 해주지 못하고 있었다.제2금융권 관계자는 “주거래 은행으로부터 5만원 권을 미리 확보하려고 노력했으나 여러 가지 상황 탓에 물량을 확보하기가 여의치 않았다”며 “신권은 아니지만 신권을 찾는 고객에게 빳빳한 새 돈을 골라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박정미기자 jung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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