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남태평양 저기압이 아나운서랑 만나면 장마가 되지요. 장마가 한창입니다. 장시간 지속되는 국지성 호우가 올 장마의 특징이랍니다. 곳곳 물난리 소식입니다. 해마다 수방 대책을 세우지만 또 해마다 수해 없이 지나는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이제 7월이니 아직 끝은 아니지요. 특히 시골에서 농사 하시는 이들에게는 아직도 몇 구비가 남아 있습니다. TV 뉴스를 타고 시커먼 태풍 몇 개가 반드시 다가올 터이고 다 지어놓은 논농사는 다시 한 번 더 아슬아슬 한 고비를 넘겨야 할 겁니다.

벼농사가 본업인 농촌에서 이맘때는 긴장의 연속입니다. 장맛비에 홍수가 나면 벼 심은 논에 물이 차서 잠길 때가 있습니다.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곤 했지요. 사람이 어찌 할 수 없으니 애타게 물 빠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농부들에게 몇 가지 공식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물이 든 지 사흘 안에만 빠지면 수확에 지장이 없다”는 등입니다. 그런 공식에 의하면 차오르는 물과 흘러내리는 물이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정도가 다릅니다. 차오르는 물은 벼를 덜 상합니다. 그러나 휩쓸리는 물은 더 많이 농사를 망가뜨리지요. 그런 여러 공식 중에 ‘벼 잎만 나와 있으면 상관없다’는 말도 있습니다. 이 말이 참 제게 인상적이었습니다.

논에 물이 여러 날 차 있어도 벼 잎 끝이 조금만이라도 물위로 나와 있으면 아주 잠긴 것이랑은 영 판 다르답니다. 아주 조금씩이지만 호흡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지요. 참 신기한 현상이 아니겠어요?. 제 몸뚱이 전체가 온통 홍수에 갇혀도 겨우 바늘 끝만큼 내어놓은 벼 잎 끝으로 대기를 호흡하고 그 힘으로 몸뚱이 전체의 부패를 방지하고 있으니 이게 참 교훈적이지 않습니까?.

우리는 오늘 현대라는 문명의 홍수에 갇혀 있습니다. 오래 지속된 문명의 부패성은 서서히 인류를 질식, 부패 시켜 갑니다. 사흘 안에 이 부패성이 제거 되리라는 보장은 없고 우리가 대기를 호흡 하고 있는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이 홍수는 인류를 마침내 질식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아!

사랑하는 인류만민이여 문명의 홍수에 갇혀 있더라도 아예 자맥질은 말고 두 손 끝만큼이라도 하늘로 쳐들어 예수를 호흡합시다. 부패해져 가는 이 세상의 홍수 속에서 새 생명의 잉태를 소망하는 모든 인류여 예수를 향하여 가장 섬세한 영혼의 촉각을 안테나처럼 뻗어가지시기 바랍니다. 거기 생명을 부패로부터 지키는 요소가 있습니다. 그걸 가리켜 인류가 오랫동안 이름 지어 불러 왔는데 ‘희망’이라는 이름 입니다.
예수를 호흡 합시다. 희망을 호흡합시다. 

 /이재정 목사(익산삼광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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