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예군산시 주민생활지원국장

가장 전통적인 시골의 풍경을 그대로 유지 한 체, 정감 있고 소박한 원시림의 푸근한 매력과 옛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역사 속 이야기들이 그대로 남아있는 곳. 바로 군산이다.

군산시는 동부권역인 개정면과 성산 나포 등 6개면 3개 동에 지역별로 4개 도보 코스를 '구불 길'로 개발하고 8월 중에 일반 시민과 함께 코스를 검증 단계를 거치기 위한 답사 설명회를 가졌다.

이 구불길은 비단 강 길과, 햇빛 길, 큰들 길 ,구슬 뫼 길로 정해졌는데, 1개 코스에 20km 정도로 하루에 걷기에 적당한 거리다.

모든 길들은 평야와 나지막한 동산들이 잘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강과 바다가 있어 도보 여행자들이 풍광들을 보면서 도심에서 찌든 때를 벗을 수 있어 다른 도보길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여인의 눈물로 만든 효열비

필자는 지난 주말 마지막 코스인 구슬 뫼 길의 출발지 옥산 맥반석 허브 한증막으로 내 발길을 옮겼다.

여기서 잠간 구술 뫼 길 주변에 얽혀있는 역사를 더듬어 보면서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한 다, 우리가 오늘 처음 모인 곳은 옥산면 남내리 지재라고 불리는 장터목에서 만났다.

옛날 원시적부터 물물 교환을 목적으로 조개패 돈으로 거래하던 시절 이곳에는 시장다운 장이라기보다 칠산 앞바다에서 잡아온 생선들과 당시 육지에서 기른 가축이나 식량들을 교환하던 그때 그 시절 장이 서던 장터목 이라는 곳에 우리일행은 와 있었다.

이곳은 1904년 지경장으로 옮겨가기 전 까지만 해도 군산지방에는 여러 장들이 있었는데 지경장, 경장장, 경포장이 있었고, 그 후 서래장, 임피장이 생겨났다 한다.

모인 곳에서 조금 지나다 보니 문종구라는 사람이 살았는데, 성제 문종구(1883년~1952년) 는 조선왕조가 기울어 가던 19세기말, 옥산면 남내리 남평 문씨 집안에서 외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토지는 용화산 수찬뜰과 회현면에 이르는 120만평의 넓은 지역으로 토지대장 만 30권이 넘는 토지를 재산으로 갖고 있었다.

이 재산은 토지개혁을 거치면서 당대 신기루 처럼 재산이 사라진 후 그분 자손들은 군산을 떠나게 되어. 이분이 그간 부자로 살았던 오랫동안 방치된 이 건물은 당시 건물 중 절반만 남아, 옛 영화를 무색하게 쓸쓸한 모습을 하고 있는 집앞을 우리는 그냥 지나간다.

이분은 일제시대 자기농장 앞으로 철로가 나는 것을 못 마땅하게 생각하여 철도 노선을 변경시킬 정도로 위세를 갖고 있었다.

문종구 저택을 조금 지나기 전에 효열비를 세운 정자 문들이 보이는데, 여인의 눈물로 만들어진 효열비가 있다는 소문은 예전부터 들어온 이야기 이다.

이 효열비들은 주로 옥산면 남내리와 회현면 금광리에 문중에서 세워준 비가 많이 있었다, 이곳은 필자가 어려서부터 자주 찾았던 외가집이 두릉 杜 氏라서, 내가 외할아버지 손을 잡고 자주가 본 곳이기도 하다.

회현면 금당 마을과 원당 마을 앞을 지날 때 마다 두 개의 효열비가 있는 정문을 지나곤 했었다.

옛날부터 이 지방은 부모에게 효도한 효행자에게 정자 비문을 만들어 그의 효행을 기렸었다는 곳이기도 하다, 며느리가 시아버지를 위해서, 변을 손가락으로 맛을 보아 가면서, 탕약을 다렸다거나 숨이 금방 넘어가는 부모를 위해, 손가락을 잘라 흐르는 피를 먹어 살려내는 등 효행심이 극진하여, 문중에서 효열비를 세웠던 이야기가 이 고장의 자랑이다.

이어 한때 군산 상수원지로 사용되던 옥산수원지길로 접어 들었다.

이 수원지는 99개 굽이로 이루어져있고, 청암산이라고도 불리는 샘산 정상의 높이는 214m다.

샘산 정상에서 바라보니 금강 물줄기가 아름답게 보이고, 만경강, 푸른 물이 눈앞에 들어왔다.

증석리 쪽을 바라보니 강을 막아서 개간한 금광리 옥성 앞뜰과 만경강 뚝이 눈에 들어왔고 멀리보이는 비만 오면 가슴을 태우게 했던, 수산 방조제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가 숲 속을 지나가는데 이따금 마른 나뭇가지 사이에는, 아까시아 나무 사이를 넘나드는, 산새들의 바쁜 움직임이 보인다.

무슨 소리인지는 모르지만 지저귀는 새 소리가 우리를 반기는데 예사롭지는 않았다.

호수 가운데로 작은 배가 하나가 지나가는데 내가 어릴 적에 초등학교에서 이곳에 소풍을 왔을 적에 수원지 가운데에서 노 젓던 그 배가 아닌 가 생각하면서 뱃노래가 목포의 삼학도만 아니고 군산에서도 있었구나 생각도 했다.

이 등산로를 걷다보니 우리주변에는 벌써 참 많은 계절의 변화가 생기고 있다, 도토리랑, 밤들이 영글어 가고 어느 새 가을이 가까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마다 많은 등산객들이 가족과 함께 주말이 되면 많이 모여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간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묶여. 일반에게는 공개되지 않았었는데, 용담댐 물로 군산시민의 식수를 해결한 요즘 보호구역이 폐지된다하여 등산을 허용하고 있다, 오늘 따라서 산중턱의 자연산 녹차 밭을 지나려하니, 멧비둘기, 우는 소리가, 비온 날 개구리 울음 소리처럼 들린다.

 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길

그간 사람들 통행을 막아서인지 이곳에서 몇 십 년을 자란 녹차가 자연산 그대로 자란 것을 최근에야 발견했다한다, 산길은 작은 능선으로 계속 이어지고 양지와 음지가 확연히 다른 산길 모퉁이를 따라서 수원지에 새로 생긴 등산로를 걷다가 온몸에 땀을 흘리면서 서늘한 바람에 서서 한참을 그 바람에 취해보았다.

개정병원 쌍촌 이영춘 박사님의 별장을 지나서 지금도 밤에만 나타나는 반딧불의 보고 장군봉에 이르니 오후가 중반인 시간이다 . 오리알 약수터에서 젖은 등산복을 쳐다보니 소금기가 전혀 가시지 않았다.

이렇게 역사와 자연이 어울어진 구불 길 마다 주저리 주저리 열린 그 사연을 어떻게 다 말할까.다음 기회가 있으면 이곳에 구불 1길과 2길, 3길 이야기도 언젠가 하고 싶어진다.

군산의 구불 길은 현재 상표 등록을 출원하고 있다.

관심이 있다면 모든 분들을 모시고 한번쯤 가족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 길을 차례로 나들이를 권하고 싶어진다.

/이종예<군산시 주민생활지원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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