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호 중소기업중앙회 전북지역본부장

  지금도 시골집 고향에 가면 어릴 적 추억을 같이 했던 감나무 한 그루가 마당 한켠을 차지하고 있다. 그 추억 속에는 긴 장대로 감나무에서 감을 딸 때 까치밥 몇 개를 남겨 놓았던 기억이 난다. “추운겨울 새들도 먹고 살아야지”하며 남겨두는 것이었다. 까치밥은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약자를 배려하는 우리의 따뜻한 마음을 서로 나누면서 사는 이치를 담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업조정신청건 68건 달해

 그런데 최근, 몇 달 사이 기업형 수퍼마켓(SSM : Super supermarket)이 동네 가게까지 잠식해 들어오면서 이에 관한 논쟁이 뜨겁다. 해당 지역의 소상공인들과 진출하려는 유통업체 사이의 마찰도 커지면서, 여러 대형유통업체들은 계획해 놓은 입지로 진출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일부 재래시장과 소상공인들은 집회를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불매운동으로까지 사태가 불거지고 있다. 이러한 위기의식의 결과는 지난 8월5일 SSM조정권이 지자체장에게 이양되면서 전국적으로 사업조정 신청건이 68건에 이르고 있다.

 전체적인 판도를 볼 때, SSM이 먼저 움직이는 것이 좋을 것으로 사료된다. 우선은 매장의 확장을 보류하고, 이미 SSM이 들어선 지역의 경제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리고 그 전의 영세 소상공인들은 현재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 보야야 한다. 이런 기초 조사를 통해 합당한 해결 방법을 찾고자 노력해야 하며, 그 해결 방법이 잠정적 중단, 철수라고 한다면 그렇게 해야 하며, 10개월여에 걸친 협상으로 부산 하나로마트와 주변 전통시장의 상생협력 성공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공생이 가능한 방법이 있다면 그 방법을 따라야 할 것이다. 영세 상인들을 경쟁자로 보는 논리로의 접근을 지양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적용 할 수 있는 부분으로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정부에서도 대형유통업체와의 상생을 위한 전향적인 자세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골목상인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사회통합을 이뤄가는 전기가 마련되길 기대해본다. 이미 유럽에서는 대형마트를 시내 중심지역에 입점하지 못하게 강제하고 있다는 것이 상식이듯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최소한의 합리적 가이드라인인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휴무일, 품목 등의 14개 법안에 대한 유통산업발전법을 시급히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며, 더불어 카드수수료도 대형마트와 백화점보다 동일하게 낼 수 있는 방안도 조속히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SSM이 기 진출하여 소상공인들이 직접 피해를 보고 있는 지역에 대해서는 면밀한 조사를 통하여 별도의 대책을 마련해 경쟁력을 높여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역 소상공인 역시 시름시름 앓다가 쓰러져서는 안되며, 서로가 머리를맞대고 적극적인 자구책 마련을 해야한다. 밝고 깨끗한 매장을 유지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가능하다면 대형할인마트와 공동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일부 PB나 PL 제품을 도입하는 시도를 할 수 있다. 그리고 공동구매로 더 저렴하게 물건을 공급받는 방법, 고객관리체계의 구축, 포인트카드 연계 등 여러 가지 생존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그저 우리는 약자이기 때문에 누군가 손을 잡아주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는 소상공인이 있다면, 그들은 소비자들에게도 도움이 안 되는 상인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까치밥'의 배려와 양보를

 요즘은 보기 드물어졌지만 예전에는 집집마다 하나쯤은 갖고 있던 괘종시계에는 시계추가 달려있다. 이 시계추의 윗부분은 진폭이 1㎝ 정도지만 그 반대 끝부분은 그 진폭이 10배가 넘는 10㎝이상으로 매우 크다.

 최상층에서 유통산업발전을 이끌고 있는 대형유통업체들이 1㎝만큼 “까치밥”의 배려와 양보로 상생의 길을 갈 수 있다면 소상공인들이 느끼는 따뜻함은 그 10배가 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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