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수시인·백제예술대학 교수

 “네 운명을 사랑하라.”이는 니체의 말이다. 이 말은 운명에 복종하라는 말이 아니다. 운명이란 필연적으로 닥쳐오는 것이기에, 그것의 필연성을 긍정하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인간은 자기의 운명을 창조적으로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원전 2세기, 아프가니스탄 지방에 메난드로스란 왕이 있었다. 그는 종교 지도자들과 토론하기를 즐겨, 하루는 승려 나가세나와 만나 인간의 서로 다른 운명에 대해서 물었다. ‘존자여, 어째서 사람들은 서로 평등하지 않는 운명을 타고 났습니까?’ 그러자 ‘대왕이시여, 그건 업(業)이 제각기 다르기 때문입니다.’라고 답한다. 결국 사람의 운명이란 업(業)에 따라 결정되어 지는 것이니 운명을 수용하라는 말이다.

 네 운명을 사랑하라

 하지만 나가세나의 운명 수용론도, 결국은 이것이 내 운명이라고 결론짓는 패배적 숙명론이 아니라, 우리의 운명은 지금 자신이 어떤 마음을 먹고 어떻게 행동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하는 긍정적 연기론(緣起論)에 다름 아니다.

 중국 명대(明代)의 학자요 관리로 유명했던 원황(袁黃)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요범사훈(了凡四訓』이라는 책에서 허물을 고치고, 선행(善行)을 함으로써 운명을 바꾸는 법을 불교의 인과 법칙에 의해 설명하고 있다. 쉽게 말해 공덕(功德)을 쌓고 수행(修行)을 하면 팔자도 고칠 수 있다는 요지의 책이다.

 원황은 스스로 운명을 창조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심(下心)’이라고 했다. 겸허가 인생의 근본 덕성이며 그 겸허가 바로 하심이다. 모든 중생들은 불성(佛性)을 지니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그리하여 자기의 마음을 낮추고 상대방을 공경하는 마음, 그러기에 ‘나’는 ‘나다’고 하는 아상(我相)과, ‘내가 옳다’고 하는 아집(我執)과 ‘내 것이다’고 하는 집착에서 벗어나야 하심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하심을 갖게 되면 만물이 편안해지고, 편안한 마음이 되어야 비로소 자신이 세상(운명)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인욕(忍辱)수행이다. 아무리 억울하고 창피한 일이 있더라도 참고 인내하며 그걸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마음이다. 오늘 나의 욕됨은 현재의 허물뿐이 아니라 전생에 지은 악업 때문인지도 모르는 일이기에 그걸 참고 견디게 되면 악운(惡運)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기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자기의 진심을 알아주지 않고, 자기의 약점을 건드렸기에 화가 난다면, 이는 곧 ‘나’라고 하는 아상(我相)에 집착되어 그걸 아직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끝으로, 우리의 운명을 바꾸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의 적선(積善) 수행, 곧 공덕(功德)을 들고 있다. 남에게 이로운 것은 선(善)이고, 자신에게 이로운 것은 악(惡)이라고 한다. 그러기에 남을 때리고, 남을 욕하더라도 그것이 남을 위하는 마음이라면 선이 될 수 있고, 아무리 남을 공경하고 예의를 갖추었다 할지라도 그것이 자기를 위하는 것이라면 악이 된다는 말이다. 명대(明代)의 료범(了凡)도 이러한 정신수양과 공덕으로 53세라는 운명적 한계를 넘어 74세까지 천수를 누렸으며, 자식이 없다 하였으나 훌륭한 자식을 얻었다고 한다.

 흔히들 운명론을 말하지만 그 운명도 결국엔 내 자신이 만드는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큰 꿈을 갖고 사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게 또한 인생이다. 그럴 때마다 좌절하고 말 것인가? 대학을 졸업하는 젊은이들에게 꿈을 가지라고 말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시련에 직면할 때마다 그걸 참고 견딜 줄 아는 인욕(忍辱)과 하심(下心)의 마음이다. 그리고 오히려 공덕을 쌓아가는 마음이다. 당신의 미래란 지금 당신이 만든 그대로(your Future will be just what you make it)이다. 우리의 미래란 결국 지금 이 순간부터 나의 생각과 행동, 곧 나의 수행(修行) 여하에 달려 있다.

 忍辱 -下心 -공덕 수행

 ‘하늘이 나에게 복을 적게 내리면, 내 스스로 덕을 두텁게 쌓아 극복하고(天薄我以福, 吾厚吾德以之), 하늘이 내 몸을 고난에 놓이게 하면, 나는 내 마음을 스스로 편안하게 하여 그것을 보충한다(天勞我以形, 吾逸吾心以補之). 하늘이 나의 처지를 액운에 놓이게 하면, 나는 내가 만든 도(道)로써 그 역경을 뚫을지니(天我以遇, 吾亨吾道以通之), 하늘도 결국 나를 어쩌지 못할 것이다(天且奈我何哉)’. 현자 공(孔) 선생이 요범(了凡) 원황에게 준 또 하나의 말씀이다.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