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람과 원금의 80%만 회복해도 환매하기로 약속 했는데 막상 오르고 나니까 다른 욕심이 생겨서 걱정이네요.” 지난 2007년 국내 주식형 펀드에 거치식으로 6천만 원을 투자한 송진국씨(36·전주시 우아동)는 최근 들어 주가 상승이 더뎌질수록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송씨는 지난해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원금이 반토막나는 등 막대한 손실을 경험하며 환매할 수 있는 날만을 고대했는데 총 투자금액 가운데 3천만 원은 아내 몰래 대출을 통해 마련했던 지라 그 동안 송 씨의 심정은 말이아니었다.

때문에 당초 원금의 80% 수준만 회복해도 서둘러 환매하려 했던 그는 주가 상승세와 함께 85% 수준으로 높아졌고, 지난8월말에는 목표치에 도달했지만 환매를 하지 못했다.

송씨는 “증시가 연말까지 더 오르면 손실폭도 그 만큼 줄 것 같다는 생각에 환매를 미루고 있다”며 “그러나 주가가 다시 빠질까봐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고 토로했다.

증시 회복에 따른 펀드의 대규모 환매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섣불리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투자자들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8월 한 달동안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유출된 자금은 총 1조 6천588억 원으로 전월대비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또 상당수 투자자들은 펀드의 환매시기를 늦추며 수익률 회복이 더 이뤄지길 기다리면서 환매 시기를 저울질 하는 중이다.

그러나 증시가 1천600선에 안착할 경우 환매를 결정하는 투자자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증권 관계자는 “코스피의 상승력이 힘에 부치면서 펀드 환매를 통한 시장 자금 유출도 커질 전망”이라며 “시장의 주요 수급 요소인 기관이 환매에 따른 자금 유출로 일관할 경우 외국인 매수세가 약화되면 증시 상승의 발목을 잡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미기자 jung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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