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환국회의원 (민주당, 전주 완산을)
김형오 국회의장이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1일 정기국회 개회식의 민주당 피켓시위에 대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태”이며 “그런 몰상식한 집단행동을 보리라고는 상상도 않았다”고 밝혔다. 또 “국회가 보여준 적나라한 후진성에 절망”했고 “또 하나의 해외토픽감이 된 것”에 대해 “부끄러움과 자괴감을 견딜 수 없었다”고 말했다. “가장 구태의연하고 구시대적인, 3류 국회의 모습을 전 세계에 보였다”고도 했다. 그는 이러한 글을 쓴 배경에 대해 “아무리 분을 삭이려 해도 참을 수가 없었다. 화가 나고 얼굴이 화끈거린다”고 했다.

 '언론악법 날치기' 3류 국회

초선 국회의원인 나는 이 글을 보면서 참으로 부끄럽고 얼굴이 화끈거린다. 7.22언론악법 날치기를 비롯해 숱한 날치기 처리에 대해 일말의 반성도 없이 ‘없던 일’로 치부하는 국회의장의 모습 때문이다. 김형오 의장은 18대 국회 개원 이래 1년 3개월 만에 무려 21건의 날치기를 강행했다. 재임 시절 단 한 건도 없었던 이만섭 의장을 비롯해 역대 국회의장들이 극도로 삼갔던 날치기를 김 의장은 조자룡 헌 칼 쓰듯 해치운 것이다. 가히 ‘직권상정의 대가’요, ‘날치기 전문가’라고 할 만하다.

김 의장은 진실로 부끄러워해야 한다. 그리고 적반하장도 정도껏 해야 한다. 김 의장은 민주당을 몰상식한 집단이라고 했지만 거꾸로 자신이 몰상식한 국회의장임을 스스로 입증했다. 또한 자신의 허물은 생각지도 않는 후안무치한 몰염치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5선의 관록과 경륜을 갖춘 국회의장이라면 이런 저주와 욕설수준의 저차원적인 막말보다는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자기반성’이 먼저 따랐어야 했다. 국회의장은 한 정파의 대변인이 아닌,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 수장이다. 국회의 수장으로서 부끄러움조차 모르는 후안무치한 태도에 실망을 넘어 깊은 절망감을 느낀다.

김 의장에게 묻는다. 불법 날치기를 막기 위해 야당이 단상을 점거한 적은 있어도, 집권여당이 날치기 처리하기위해 단상을 점거하는 것을 상상한 적이 있는가. 몰상식한 집단행동과 국회가 보여준 적나라한 후진성, 해외토픽감, 가장 구태의연하고 구시대적인 3류 국회의 모습은 바로 그런 모습이다. 그러한 행동을 이해할 수 있기에 지금까지 단 한마디의 유감 표명도 없는가. 피켓시위에 참으로 부끄럽고 자괴감이 든다고 했는데 7.22언론악법 날치기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 당시 의장석을 점거하는 세력에게 불이익을 준다고 공언했는데 한나라당에 무슨 불이익을 주었는가. 그냥 없던 일로 치부한 것인가. 그래서 국회의장 자신이 저지른 불법행위에 대해 사과 한 마디 안하는 상황에서 야당이 박수치며 개회사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는가. 그 정도의 저항에 참을 수 없는 화가 치민다면 앞으로도 계속 불법 날치기를 하겠다는 선언 아닌가. 7.22날치기를 당한 뒤 야당이 겪었던 분노와 참담함을 상상이라도 해보았는가. 양심이 있기는 한가.

 김형오 국회의장 물러나야

김형오 의장에게 정중하게 권유한다. 잘잘못에 대한 분별력 없이 권력의 하수인 노릇을 자처하고 여당의 편에 서서 야당을 일방적으로 매도할 바에야 국회의장직을 내던지시라. 그나마 역사와 국민에게 더 이상 죄를 짓지 않는 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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