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욱한민족통일포럼 전라북도 지회장

베를린 장벽붕괴가 20년이 되었다. 당시 브란트 서독 수상은 동독과의 통일에 일관된 정책을 고수해왔다. 끝까지 원칙을 지키면서 드디어는 서독식 통일의 위업을 달성시킨 것이다. 우리의 전임 대통령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DJ(김대중 전 대통령)는 김정일을 평양에서 만나고 귀국성명에서 “북한은 핵을 만들지 않는다.”, “이제 남북 간에 전쟁은 없다.”, “내가(DJ)가 책임지겠다.” 고 말했다. 과연 이것들이 맞는 말인가?

 일회성-성과주의 전락

남북관계는 일회성이나 성과주의에 매달려 일을 그르치지 말아야 한다. 이산가족상복만 하더라도 북한의 입맛에만 길들여져 있다. 더 이상 이벤트로 전락 돼서는 안 된다. 그 동안 1600명의 이산가족이 재북(在北) 가족과 만났다. 이를 성사시키기 위하여 한국 정부가 북한측에 지원한 금액이 약 1조 6000억원에 이른다.

한 사람이 한번 만나는 대가로 10억원씩 지불했다는 계산이다. 그렇게 한번 만난 뒤는 또 연락이 두절되어 고통이 가중된다. 12만 5000명의 이산가족이 아직도 상봉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 식으로 진행되면 500년을 기다려야 한다. 기다리던 중 벌써 3만 5000명은 별세했다.

김정일 정권은 세계에서 최장기간 최다인원을 갈라놓고 생사확인도 해주지 않고 소수의 인원을 골라서는 동물원 식 상봉을 시켜주고 돈을 뜯어먹는 반 인류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6.25 전쟁 중 월남하여 이산가족이 된 1세들은 약 30만명 만 생존하고 있다. 후손들까지 치면 약 860만명 이산가족으로 분류한다.

김정일 정권이 동물원식 상봉으로 한국을 상대로 뜯어간 10억 달러 이상의 금품은 핵과 미사일 개발에 쓰였을 것이다. 이산가족의 한을 이런 식으로 농락한 자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정부와 국민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26~28일 금강산 적십자 회담에서 추석 전 이산가족 100명식의 상봉이 합의됐다. 이런 식으로는 안 된다.

근본적으로 재고해야만 한다. 차제에 다시 한 번 대북접근을 냉철히 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쌀, 비료 등을 충분히 지원하지 않아 남북관계에 성과가 없다고 비판하는 일부 정파의 태도는 매우 위험하다.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일관되고 흔들리지 않는 원칙과 힘이다.

예컨대 소규모 인도적 지원을 제외한 경협금지, 유엔안보리 결의에 입각한 대북제재-한미공조견지, 북한의 “우리민족끼리” 군사위협에 대한 방위태세 확립 등이 필수다.

 "비핵화 최우선" 원칙 고수

북한은 예나 지금이나 지극히 까다로운 협상상대다. 힘을 배경으로 끈질긴 유인과 설득이 필요하다. 또 김정일의 건강 및 체제위기와 맞물린 시간 싸움이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적십자회담 직후 “비핵화 최우선” 원칙을 밝히고 당국 간 회담을 먼저 제의하지 않기로 한 것은 적절했다. 덧붙여 핵 문제는 북한의 “포기” 결심만으로 충분치 않다.

지금까지의 핵 협상결렬 원인은 행동으로 검증되지 않은 거짓 핵 포기 의사를 믿고 물적 대가를 제공하는 우를 범했기 때문이다. 과거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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