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거일사회평론가, 소설가
경제 위기는 다른 걱정거리들을 다 덮어버렸다. 인류 문명과 지구 생태계를 위협하는 지구 온난화까지 우리 관심 밖으로 밀어냈다. 우리 마음은 내일까지 생존하는 데 모든 관심과 역량을 집중하도록 진화했다.

 40억년동안 5차례 대량 멸종

우리가 마음을 쓰지 않는 동안에도 문제가 사라지거나 줄어드는 것은 물론 아니다. 얼마 전에 지구 온난화가 지금까지 인식되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현상임을 가리키는 주장이 또 하나 나왔다.온실 가스의 수준이 최고치에 이르렀다가 낮아지기 시작하면, 그 영향도 차츰 줄어들리라는 것이 일반적 생각이다.

그러나 미국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온실 가스가 최고치에 이르렀을 때 나올 패턴은 적어도 천년 동안 지속할 것이다. 온실 가스의 반을 차지하는 탄산가스가 대기와 바다에 오래 머물고 좀처럼 줄어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따라서 해수면이 계속 높아지고 지금 강수량이 적은 지역은 더욱 심한 가뭄을 겪을 것이다. 그런 변화들도 큰 재앙이다.

그러나 정말로 걱정스러운 것은 이런 변화가 생태계에 재앙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다. 생태계의 구성이 크게 바뀔 터이고, 어쩌면 대량 멸종 (mass extinction)이 나올지도 모른다.지구에 생명체가 나타난 뒤 40억 년 동안에 다섯 차례의 대량 멸종이 있었다. 2억5000만 년 전 페름기(Permian period)의 멸종에선 당시 생존했던 종들의 96 퍼센트가 사라졌다. 그런 대량 멸종보다 크기가 작은 멸종들도 많았다. 그래서 지금까지 존재했던 종들의 99.9 퍼센트는 이제 사라졌다.대량 멸종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가장 잘 알려진 가설은 큰 소행성(asteroid)이 지구와 충돌해서 나온 급격한 변화가 대량 멸종을 부른다는 가설이다. 지금 거의 모든 전문가들은 그의 주장을 옳은 이론으로 받아들인다.대량 멸종은 외부 충격 없이도 일어날 수 있다. 생태계와 같은 비선형 복합 체계(non-linear complex system)는 내부 동역학으로 대량 멸종과 같은 심대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생태계의 한 부분인 인류가 에너지를 너무 많이 써서 나온 지구 온난화도 대량 멸종을 부를 수 있다. 이처럼 지구 온난화는 인류 문명과 지구 생태계를 위협한다.

그러나 지금 누구도 그것에 마음을 크게 쓰지 않는다. 마음을 쓰는 사람들도 행동에선 다르지 않다.일자리를 잃어 생계가 막막한 사람에게 몇 십 년 뒤 해수면이 높아지는 사태와 몇 백 년 뒤 많은 종들이 사라지는 상황은 한가로운 얘기다. 그래서 엄숙한 약속들에도 불구하고, 온실 가스를 줄이는 노력은 시원치 않을 것이다. 다행히, 온실 가스를 줄이는 것이 온난화에 대처하는 단 하나의 길은 아니다.

 온실가스 줄이기 필요

지구의 온도를 직접 낮추는 방안도 있다. 그렇게 지구 수준의 기술 사업으로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일은 ‘지구공학(geo-engineering)’이라 불린다.온난화에 대한 지구공학의 기본적 틀은 지구에 들어오는 햇빛의 양을 줄이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지구의 온도가 높아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손쉬운 방안은 지구 표면에서 반사되어 밖으로 나가는 햇빛의 양을 늘리는 길이다. 온난화에 대한 기본적 대책은 역시 인구 증가의 억제와 온실 가스의 감축이다.

게다가 온실 가스의 증가는 바다의 산성화와 같은 다른 부작용들도 따르므로, 어차피 외면할 수 없다. 즉 지구공학적 대책들은 보완적이고 예비적이다.경제가 조금만 어려워져도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비참해지는 현실에서 나는 인류가 온실 가스를 제때에 줄일 가능성에 대해 어쩔 수 없이 회의적이 된다. 그리고 그런 회의의 그늘을 지식과 기술에 대한 기대로 밝힌다. 기술이 낳은 문제들을 더 나은 기술로 해결하면서, 문명은 발전해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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