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눈으로 결혼제도를 파헤친 책이 나왔다.

‘아이 돈트(I Don’t)’는 창세기에서부터 마르틴 루터에 이르기까지 사실과 허구를 넘나들며 결혼 제도의 역사와 관련된 다양한 텍스트를 여성들의 눈으로 뒤집어본다.

‘남자들은 덮고 싶고 여자들은 알고 싶은 결혼의 역사’라는 부제를 달았다.

남녀가 결혼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벌이는 희비극을 재해석했다.

역사적으로 결혼은 여성의 성과 성욕을 통제하려는 수단이었다.

성의 통제권을 잃어버리는 것에 대한 남자들의 불안과 공포가 결국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여성들에게 터무니없는 굴레를 안겨줬다고 주장한다.

지은이는 멀고 먼 옛날 양치기가 암양들을 지켜보다가 깨닫게 된 창조의 비밀에서 출발, 남성들에 의해 성녀와 요부로 규정된 성서 속 여성들을 거쳐 성매매와 남근상에 몰두한 아테네 남성들의 모습 등을 통해 결혼이라는 개념과 제도가 시대별로 문화와 정치와 종교에 따라 어떤 영향을 받아 어떻게 변모해왔는지를 날카롭고 재치 있게 그려낸다.

온갖 핑계를 갖다 대며 1년의 절반 이상은 부부관계를 막은 중세 교회, 실용적 자기계발서의 시초라 할 아내 길들이기 비법, 귀족부인과 기사들의 위험천만한 불륜 게임, 비로소 결혼과 사랑을 한데 묶고 자신도 결혼한 파계 수도사 루터에 관한 이야기도 빠뜨릴 수 없다.

현 결혼제도의 문제점이 무엇 때문인지를 이해하게 해주고, 그 문제점이 수천 년에 걸쳐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또 결혼으로 인해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아주 오랜 세월 힘들어했다는 사실 역시 이해하게 된다.

수전 스콰이어 지음, 박수연 옮김, 336쪽, 1만5000원, 뿌리와이파리/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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