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성폭행을 당한 미성년자가 부모의 동의 없이 법정에서 한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발언도 효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19일 채팅을 통해 알게 된 가출 중학생 A양(14)과 초등학생 B양(12)을 강간한 혐의로 기소된 대학생 C씨(19) 등에 대한 상고심에서 처벌희망의사를 철회한 A양을 성폭행한 혐의는 공소기각하고, B양을 성폭행한 죄만 물어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인 미성년자가 의사능력이 있는 이상 단독으로 처벌희망의사 철회를 표시할 수 있다"며 "피해자인 B양이 처벌의사를 철회했다는 이유로 공소를 기각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김영란 대법관은 "피해자인 B양이 처벌 의사를 철회했다는 이유로 공소를 기각한 원심의 판단은 법리를 오해한 것"이란 취지로 반대 의견을 냈으나, 전원합의체의 다수결 원칙에 따라 소수 의견에 그쳤다.

C씨 등은 지난해 6∼8월 서울 방배동 한 빌라 자취방에서 술에 취한 A, B양을 수차례 강간한 혐의로 기소됐다.

논란은 A양이 법정에서 "처벌을 원하느냐"는 변호사 질문에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시작됐다.

피해자가 A양 처럼 13∼18세의 청소년인 경우 '피해자의 의사에 반(反)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가 적용된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밝힌 경우 대부분의 재판부는 관련 공소를 기각하고 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A양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했지만 법정대리인인 A양 부모의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피해자 본인의 의사표시만으로 공소를 기각할 수 없다"며 A, B양을 강간한 혐의 모두 유죄를 선고했다.

청소년성보호등에관한법률에 "이 법을 해석·적용할 때는 청소년의 권익을 우선적으로 고려, 이해관계인과 그 가족의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규정된 점을 들어 이같은 판결을 내린 것. 반면 2심 재판부는 "문언(文言)이 가지는 보통의 표현방법에서 벗어나는 해석은 법적 안정성을 해치고 국가 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를 가능케 한다"며 처벌의사를 철회한 A양에 대한 강간범죄 공소를 기각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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