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줌인 – 조기호 시인










작가 줌인 – 조기호 시인

“내~, 재미있는 이야기 한토막 함세. 아 글쎄, 며칠전의
일인데 기가 딱 막혀. 동사무소에서 공문이 왔는데 경로교통비를 지급하겠다는 것이여. 또 백내장 수술로 통원치료를 받고 있는데, 하루는 간호사의
표정이 영 이상하더라구. 한참만에야 처방전을 내밀면서, 진료비를 이전의 절반밖에 받지 않겠어? 그래 물었더니, 오늘부터 경로우대를 받게 된다는
것이야. 하 그것 참! 갑자기 울고 싶은 생각이 들더구만.”

조기호 시인(64)은 최근 경험한 이런 심정을 ‘예순
다섯살’이라는 시에 그대로 담아냈다. 제 아무리 청춘이라 우겨도 70을 바라보는 나이, 시인의 인생에
대한 연륜은 시집 구석구석에 이렇게 녹아있기 마련이다.

시인의 근작은 주로 ‘새’를 소재로 하고 있다. 자유분방하고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의 이미지를 통해 일상탈출의 욕망을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새는 불가에서 말하는
도솔천너머 미륵이 산다는 곳까지 넘나든다고 합니다. 새의 탈경계를 이르는 말이지요. 미래를 추구하고 저 세상을 넘겨다보고
싶은 욕심을 부려보는 것입니다.”

평생 건축기사로 공무원 생활을 했던 시인이 시를 쓰게 된 동기는 거슬러 올라가 석정 선생과의 만남. 아우를 가르쳤던 인연으로 집에 자주 들렀던 석정 선생은 시인에게 시와 자연의 스승이 됐다. 시를 쓰겠다는 생각을 전하자
선생은 “죽을 때까지 시를 쓸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며 공고를 권했고, 그 덕분으로 돈에 구애받지 않고
시를 쓸 수 있었다.

전주공고와 전북대 국문과를 나온 시인이 본격 시작에 나선 것은 1970년대. 시
동인지인 ‘청록수’에 가담하면서 부터다. 이미 1960년대 ‘문예가족’ 전신인 ‘헝그리 영맨’ 동인지 초창기 맴버로
참여했지만, 직장 때문에 뿔뿔이 흩어져 제대로 활동을 못했던 것.

시인은 뒤늦게 1988년 ‘우리문학’을
통해 등단하고 정식으로 문단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이후부터는 해마다 한 두권의 시집을 내놓으면서 못다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전주토박이인 시인의 화두는 ‘내고장 이야기’. 골목골목 담겨있는
일화들이며 설화, 잊혀졌거나 숨겨진 스토리,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감동시킬 수 있음을 시인은 보여주고 있다.

 “친구여 / 길을 걸을 때는 길만 볼 수 있도록 하여
주시게 / 詩 같은 잡동사니, 그런 것 생각할 짬을 / 주지 말고 오로지 길만 걷는 무상한 보시를 나에게 / 베풀어 주시게…”(‘묵화치는
새’ 자서)

죽을 때까지 시만 쓰겠다는 석정 선생과의 약속만은 제대로 지키고 있다는 시인.
자서의 고백과 달리 20대의 마음으로 피워낸 왕성한 시작(詩作)을 통해 메마른 감성을 흔들어 대고 있는 것이다.

시인은 지난해 표현문학상과 시인정신 작가상 등 2개부문의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영애기자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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