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미국 출국으로 답보 상태에 머물렀던 '그림로비 사건'이 국세청 안모 국장의 미술품 강매 혐의 수사 여파로 다시 부각되면서,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될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권오성)는 한 전 청장이 '인사 청탁을 위해 전군표 전 국세청장에게 고가의 그림을 상납했다'는 일명 '그림로비' 사건과 관련, 한 전 청장에 대해 미국에 범죄인 인도요청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한 전 청장의 변호인 측과 직접 소환 일정도 조율 중인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검찰은 수사 종결을 위해 그동안 간헐적으로 한 전 청장의 귀국을 종용해왔으나, 최근 다른 국세청 간부인 안 국장의 비리 혐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추가 의혹이 재차 제기되자 수사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검찰은 사건의 핵심 인물인 전 전 청장을 최근 극비리에 소환 조사했으나, 여전히 "그림을 본 일이 없으며 그림을 매각 외뢰한 사실조차 전혀 몰랐다"며 관련사실을 부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통상적인 수사의 관점에서 보면 한 전 청장의 소환은 당연한 것"이라며 "꾸준히 수사를 진행해온 것이지 최근 제기된 일련의 의혹으로 수사가 급물살을 타는 것은 아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전 전 청장의 소환이 알려진 시점과 안 청장 부인의 추가 폭로가 진행된 시점에 큰 차이가 없는 점 등을 근거로 검찰이 외적인 요인에 적지않게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림로비 사건은 전 전 청장의 부인 이모씨가 1월 "2007년 당시 국세청 차장을 지낸 한 청장 부부와 한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한 청장으로부터 인사 청탁과 함께 시가 3000만 원이 넘는 추상미술화가 고 최욱경씨의 '학동마을'을 선물 받았다"고 밝히면서 대중에 알려졌다.

이후 참여연대는 이 사건에 대한 수사촉구서를 대검찰청에 보냈고,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에 사건을 배당,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하지만 한 전 청장이 3월 돌연 미국으로 떠나고 전 전 청장도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면서 수사는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

그러나 같은 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김기동)가 11월초 세무조사를 빌미로 미술품을 강매한 국세청 안모 국장에 대해 수사를 시작, 20일 안 국장을 구속하면서 사건의 흐름이 미묘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안 국장의 구속 직후인 22일, 그의 부인이자 미술품 강매의 주요 무대인 G갤러리 대표인 홍씨가 "안 국장이 한 전 청장으로부터 '3억원을 주면 국세청 차장으로 승진시켜 주겠다'는 제의를 받았다"며 추가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홍씨는 "한 전 청장이 (남편 안 국장에게) '정권 실세에게 갖다 줄 10억원을 만들어야 하는데 내가 7억원을 (마련)할 테니 3억원을 만들어라. 그러면 차장에 중용하겠다'고 말했으나 남편이 고심하다 거절했다"며 구체적인 정황까지 진술, 관심이 더욱 증폭됐다.

홍씨는 이어 "이듬해 3월 한 청장이 단행한 인사에서 남편은 직급상 3단계 아래인 서울지방청 세원관리국장으로 발령났다"며 "그 직후에도 한 전 청장이 '다음번에 명예회복을 시켜 주겠다'며 재차 3억원을 요구했었다"고 덧붙였다.

검찰 안팎에서는 홍씨의 주장과 함께 안 국장이 그림 로비 사건 발생 직후 의혹을 발설한 인물로 지목돼 교육파견 대상자로 인사조치된 정황까지 고려, 홍씨의 주장이 단순한 의혹제기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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