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필휘지란 걸 믿지 않는다. 원고지 한 칸마다 나 자신을 조금씩 덜어 넣듯이 글을 써내려갔다”라고 말했던 ‘혼불’ 작가 최명희.작가가 집필에 쏟아 부은 시간과 필사(必死)의 흔적을 필사(筆寫)를 통해 느껴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최명희문학관(관장 정성수)이 2010 3대 주요사업의 하나로 추진키로 한 ‘혼불, 필사의 힘 필사의 노력’은 한 자 한 자 바위에 새기듯 글을 쓰는 언어의 조탁으로 유명한 작가 최명희의 치열하고 섬세한 작가정신을 느낄 수 있는 시민참여 프로그램. 17년에 걸쳐 쓰여진 ‘혼불’은 우리말을 아름답게 녹여 쓴 작가의 마음이 책갈피 틈새와 문장의 행간마다 담긴 작품. 필사를 통해 최명희의 치열하고 섬세한 작가정신을 느껴볼 수 있게 된다.

작가도 생전에 많은 작품을 필사 했다고 한다.

타고르의 연작시 ‘기탄잘리’를 A3 용지 50매 분량으로 필사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혼불’은 5부 10권으로 구성돼 있으며 108개의 소제목으로 갈라진 각 장들은 마치 한 편의 단편을 이루는 독특한 형식이다.

이 가운데 1부 ‘흔들리는 바람’(1, 2권) 필사는 문학관 전시실에서 관람객을 대상으로 진행하며 3권부터 10권까지 각 장을 기준으로 개인이나 단체의 신청을 받아 진행한다.

기준 작품은 1996년 이후 한길사에서 출판된 ‘혼불’이나 지난해 매안출판사에서 다시 출간된 ‘혼불’ 모두 가능하다.

필사된 원고는 작업에 참여한 개인과 단체의 명단과 함께 최명희문학관에 전시된다.

이와 함께 최명희문학관은 올해 주부를 대상으로 ‘혼불’ 1권부터 10권까지 읽기 사업 ‘혼불, 일고 또 읽고’를 진행한다.

독서지도사를 초청해 2월부터 매달 한 권씩 11월까지 10권을 완독하는 계획. 주부독자들에게 동기 부여가 되고 향후 동호회 활동으로 발전이 기대된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해 실시해 호응이 높았던 청소년 혼불 낭독회와 혼불문학공원 청소도 중점 추진할 계획이다.

중고교생 봉사활동과 연계함으로서 참여도를 높이고 문학에 대한 저변 확대 효과도 기대된다.

최기우 기획실장은 “‘혼불’은 시대와 개인의 운명을 마주 대한 인간 군상들의 행로와 그 갈등과 고뇌 섞인 삶이 촘촘히 배어나오는 작품”이라며 “원고지 1만 2천매에 이르는 혼불 필사에 참여하는 것은 작품에 배인 작가의 정신을 되짚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고 말했다.

/이병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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