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홍 무주 푸른꿈고등학교 교장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달 2010년 시도 교육청 1차 상시평가 결과를 발표했으며, 전북도교육청은 9개 도교육청중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교과부는 이러한 상시평가가 2010년 평가부터 새로 도입된 제도로, 주요 국가교육정책 지표를 대상으로 연2~3회 평가하여 성공적인 정책추진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평가의 공정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문가 10명과 교과부 팀과장 8명이 내부 평가위원으로 참여했다고 덧붙였다. 주된 내용은 특색 있는 학교교육과정 운영 내실화 노력, 교과교실제 운영 내실화 노력, 고교 다양화 300 추진실적, 학교자율화 추진계획 실적, 사교육 경감계획 및 실적, 교원능력개발평가 참여 노력 및 실적 등등이다.

이번 평가에서 전북교육청은 특색 있는 학교교육과정 운영 내실화 노력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다른 분야는 그렇지 못했다. 오는 2월말에 실시하는 우수사례 발표평가와 고객만족도 조사 결과, 3월말 실시하는 2차 상시평가와 정기평가 등 모든 평가 결과를 종합하여 최종 평가 결과를 4월 중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 시도교육청 평가에 대해 나는 아주 부정적인 입장이다. 그 밑바탕에는 실제 평가와는 상이한 몇가지 오류와 모순이 잠재돼 있다.

첫째는 모순된 교육정책이다. 이명박 정부는 경쟁과 효율이라는 미명 아래 더욱 더 우리 교육을 경쟁의 벼랑으로 몰고 있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가 한국 교육의 성과를 평준화 정책의 산물이라고 하였는데 이 정부 들어 자율형 사립고 확대 등을 통한 평준화 체제를 허물어 가며 극한적 경쟁을 유도하고 있으면서 학부모의 사교육비 경감을 외치는 모순된 행위를 하고 있다.

전북도교육청은 자율형 사립고를 신청한 익산과 군산의 학교를 자격 미비와 지역 교육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여 불허했다. 이는 교과부의 정책에 따르지 않은 것으로, 이 분야에서 경기도 다음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명박 정부는 평준화 정책을 폐지해가면서 경쟁을 부채질하고 사교육비를 잡겠다는 모순된 정책을 펼쳐 학교를 낮과 밤이 없는 전일제 학원으로 만들어 놓았다.

둘째는 시기상의 문제다. 교과부는 최종 평가 결과를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발표하려 하고있다. 평가 결과 발표를 통해 교육감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도임이 분명하다. 벌써부터 교육감 선거 후보자들이 평가 결과를 선거에 이용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각 시도교육청은 평가를 잘 맞기 위하여 온갖 노력을 다할 것이 뻔하다. 실적 경쟁위주의 교
육행정이 학교현장을 평가업무로 몰아세울 것이다. 그러므로 교과부는 학교현장에서의 평가와 관련된 잡무성 업무를 경감하기 위해서라도 평가 결과를 최소한 교육감 선거 이후로 미뤄야 할 것이다.

셋째 공정성의 문제다. 교과부는 평가의 공정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하겠다고 했지만 교과부 팀과장이 8명이나 참여하고 있어 교과부가 평가의 주요 역할을 한 것이 분명하다. 내 생각이 과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교과부는 직선제 교육감을 길들이기 위한 수단으로 평가를 활용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한 사례로 김상곤 교육감의 경기교육청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MB 정부의 시장 경쟁 교육체제를 지양하고 시국선언교사 징계를 거부한 경기교육청이 9위 중 8위를 차지한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경기도교육청처럼 내놓고 하지는 못했지만 전북도교육청은 일제고사에 체험활동을 인정한 교사들을 해임시킨 다른 시도와 달리 교장을 정직 처리함으로써 일제고사 문제로 해임된 교사들이 제기한 해임 무효 소송에서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근거가 되어 승소하는데 영향을 주었다.

또 시국 선언 참가 교사들에 대한 징계 처분도 미루어 결과적으로 일단 해임을 면하게 했다. 이러한 것들로 교과부에 밉보인 결과가 아니냐는 소문도 있어 뒷맛이 개운치 않다.

인성과 실력을 함께 키우는 교육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다양성과 창의성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몇 개의 항목으로 평가를 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여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평가의 본질이 훼손된다. 이번 시도교육청 평가 결과로 학교 현장에 미칠 부정적 파장이 심히 걱정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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