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인 권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창조경영의 대가 하버드 가드너의 ‘10년의 법칙’이 있다. 어느 분야에서 전문지식에 정통하려면 최소한 10년 정도는 꾸준하게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창조적인 도약을 이룰 수 있는 전문가의 반열에 도달하려면 그만큼 오랜 세월동안 정진해야 함을 뜻한다. 우리가 쉽게 전문가라는 말을 쓰지만 사실은 그 경지에 다다르지 않고서는 그저 숙련가일 뿐이다.

전주세계소리축제가 10년을 맞는다. 그 시점에 김명곤 조직위원장이 새로운 10년의 역사를 쓰는 대장정의 사령탑이 되었다. 문화예술의 모든 영역에서 그야말로 전문가의 위치를 확보한 무게감 있는 분이 조직위원장으로 새로 추대되었다는 것은 소리축제 미래 10년을 담보하는 것에 가름한다고 하겠다. 새 출발의 장도에 지난 10년 동안 자욱하게 깔렸던 안개를 걷어내고 서광이 비치는 미래를 위해 힘찬 무적(霧笛)을 울린 것이다. 
     
 축제조직의 안정과 인력의 전문화 필요
 
소리축제의 지난 10년은 초창기의 토대를 구축하여 그야말로 지금쯤은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축제로 자리매김 되었어야 할 중요한 시기였다. 하지만 그 연륜에 걸맞는 전문적인 축제의 위상을 갖추었는가에 대해서는 넉넉한 평가를 하기가 싶지 않다. 매년마다 되풀이되어온 정체성의 시비, 소리축제 전문인력의 육성 미흡, 축소 지향 예산구조의 비예측성, 흡인력이 취약한 지역성, 여기에 성과에 대한 여론의 조급성 등등 이런 여건에서 지내온 10년 과정에서 소리축제의 성공을 기대했었다면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다름없었으리라.
이는 어느 한 영역이나 주체나 기관에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다. 소리 고장의 명성에 부합하는 세계적인 축제를 꿈꾸었지만 결국 꿈으로 국한될 수밖에 없는 엄연한 현실이 있었다. 이는 우리 모두가 통찰하여야 할 일이다. 혹시 우리는 터널 속 시야를 갖고 있으면서 세상을 다 보려고 하지는 않았는지 자성해 볼 일이다. 
이제 소리축제는 새로운 10년의 금자탑을 쌓는 시점에 서 있다. 이제는 소리축제를 해야 하는 당위성에 대한 정신은 오늘에 잇되 축제를 만들어가는 그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은 원점에서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축제를 창조하는 조직의 안정화와 인력의 전문화 터전을 구축해야 한다. 앞으로 10년을 내다보며 전주세계소리축제의 청사진을 꿈이 아닌 비전으로 내재화할 수 있는 그런 창의적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 
                     
 새만금시대를 내다보는 축제비전 실현
 
소리축제의 인력이 그저 반복된 훈련으로 이루어지는 숙련가가 아니라 적어도 10년 동안 기량을 축적해 창의적 지혜와 감성과 역량을 갖춘 전문가로 거듭나는 조직체계로 정착되어야 한다. 국내외 어느 곳의 조직이나 축제나를 막론하고 성공을 거둔 바탕에는 전문가의 역량이 결집된 힘이 발휘되었다. 우리가 흔히 대표적으로 비교하는 에딘버러축제나 아비뇽축제는 50년 가까운 세월동안 전문가들이 쌓아온 업적이다. 그 과정에서는 25년 가까이 한 예술감독이 축제조직을 이끌어 온 경우도 있다. 

이제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는 소리축제는 이름에 합당한 세계적인 축제의 기틀을 닦아야 한다. 그래서 미래 새만금시대에 소리축제가 전북의 문화예술 상징이 되도록 하는 비전을 가져야 한다. 새만금시대의 도래와 함께 우리의 소리와 세계의 소리가 어우러져 울려 퍼지는 ‘한국판 에딘버러’를 이룩해내야 한다. 지난 10년 원점에서 맴돌아온 소리축제의 구습을 떠올려보면 앞으로 10년도 여유를 부릴 만큼 그리 많은 시간이 아니다. 

새롭게 추대된 김명곤 조직위원장의 일성도 미래 10년의 의미를 담았다. 그래서 창작과 기획 제작에 역점을 두어 소리축제만의 대표작품(signature program)을 만들어 낼 비전을 밝히고 있다. 그 분의 탁월한 경륜과 연륜에 비추어 볼 때 그 의욕은 분명 현실이 될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그 계획이 달성되기 위해서는 앞서 10년 동안 소리축제가 터덕될 수밖에 없었던 환경적 요인들이 혁신되어야 할 것이다. 이 혁신 또한 신임 조직위원장이 감당하여야 할 필수적인 과제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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