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사회부장

‘스캔들 현장의 증거를 잡아드립니다’ 아침 출근길부터 게시된 대형 현수막에 박힌 심부름용역회사의 홍보문구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우리사회상을 반영하는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을 자아낸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보다도 믿음이라는 웃어른들의 말씀에 나이가 들수록 공감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 사회는 이 같은 말씀과는 달리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결국은 배우자의 부정을 카메라까지 동원해 증거를 잡아주겠다는 심부름센터까지 등장한 것을 보면 우리사회가 믿음보다는 불신과 갈등이 만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얼마전만해도 우리사회에서 바라보는 스캔들이라는 단어에 대한 개념은 연예인들끼리의 비밀 데이트가 밝혀지는 정도가 대부분 이었으며 간혹 유명정치인과 연예인간 스캔들이 발생할 경우는 사회적 지탄을 받아 마땅한 인간들로 회자되기도 했다.

 부부 신뢰 파괴 가정파탄 위기

하지만 어느 때부턴가 이 같은 스캔들이라는 단어가 먼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공공연할 정도로 보편화됐다.

이는 최근 음란으로 치닫고 있는 사회분위기의 영향이 크다.

어느 때부턴가 음성적으로 이뤄지던 매춘에 대한 강력 단속이 이뤄지면서 표면적으로 우리사회에서 불법매춘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더욱 은밀하고 보편화돼 가고 있다.

청소년들까지 출입하고 있는 노래방에서 밤만 되면 즉석 매춘이 성행하고 있고 전주지역 노래방에서 벌어지는 즉석매춘의 적나라함이 서울까지 소문이 나면서 양반의 도시라고 자처하고 있는 전주의 위상에 먹칠을 하고 있다.

지난 2004년 성매매 특별법이 시행이후  강력한 성매매 단속이 시행되자 이를 피해 변종된 형태의 성매매가 성행하는 등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 문제는 과거 한정된 지역에서 이뤄졌던 성매매 장소가 이동되면서 일반인이 매춘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는 등 과거보다 훨씬 보편화됐고 각종 성병에 대한 예방책도 마련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 같은 성병의 증가는 사회문제 뿐 아니라 가정생활에서 부부간의 신뢰를 깨는 주요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뢰를 잃어버린 부부관계는 마치 자갈밭을 굴러가는 유리바퀴와 같다.

작은 충격에도 산산조각이 날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형 나이트 쇼무대에서는 가장 은밀한 부분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홀딱 나체쇼가 성행하고 있고 웨이터들은 남자손님과 여자 손님을 부킹해주기 위해 분주하게 돌아다니고 있다.

이 같은 부킹현장에서는 기혼자인 사실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처음만난 유부남, 유부녀들끼리 뜨거운 포옹에 가까운 춤을 추는 것도 별로 이상하지 않은 광경이 돼 버렸다.

먹고 마시는 흥청망청하는 분위기 속에서 불륜이 자연스런 현상이 돼 버린 것. 문제는 이 같은 만남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되는 불륜행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믿음' 실종에 대한 유감

결국 이 때문에 단란했던 가정이 파탄지경에 이르고 아이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산다해도 말 그대로 적과의 동침을 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험난한 세상에서 서로 믿고 의지해도 부족한 마당에 몸은 같이 살고 있지만 늘 서로 믿지 못하는 삶이 과연 행복할까?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가장 믿고 의지해야 할 배우자까지 믿지 못하고  갈수록 험하고 외로운 세상이 되지 않을 까 우려되는 대목이다.

배우자까지 못 믿는 사회에서 타인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생길 수 있을까?세상에서 “너를 믿는다”라는 한마디 말보다 마음을 더 단단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말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유흥문화에 찌들고 불신과 불륜을 권하고 있는 우리사회는 ‘믿음’이라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점점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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