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길 본사 부사장
 ‘당신은 기적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결실이라고 한다.’ 밴쿠버 겨울 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메달14개(금6. 은6. 동2)를 수확하며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단순히 메달 수만 많아진 게 아니다.

그동안 금메달이 한 개도 없었던 피겨와 스피드 스케이팅에서도 세계 정상에 올라섬으로써 명실상부한 겨울 스포츠강국으로 자리매김이 됐다.

특히 피겨스케이팅은 스포츠와 예술의 합성이다.

바늘만큼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기술적 제약 속에서 우아한 몸놀림을 펼쳐내야 하고 힘과 속도라는 직선이 반드시 필요하되 그것이 수많은 회전과 손짓과 시선 처리 같은 곡선의 그릇 안으로 녹아 들어가야 하는 종목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4분7초간의 경기 그래서 세계가 여기에 주목을 하게 된다.

 김연아선수 경기 주목

김연아 선수가 우리를, 세계인들을 들뜨게 만들었다.

이번 동계올림픽이 갖는 의미는 굶주림으로부터의 자유가 가장 절실한 삶의 과제였던 우리가 자부심의 바탕위에서 가장 수준이 높은 자아실현의 단계로 올라서게 됐다는데 있다.

환희, 아름다운 비상과 격정에 사무친 눈물, 등 뿌듯한 감정을 표현하기위한 단어가 모자랄 정도로 쾌거다.

그러나 경기가 끝난 텅 빈 경기장 스탠드에 누군가 혼자 앉아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빛이 밝은 만큼 그림자 또한 더 어둡다.

정말로 1등만이 사는 사회만이 바람직한 사회일까. 그 1등이 부러워서 우리 스스로 꼴찌를 만들어 더욱 어두운 그림자를 만드는 부분은 없을까. 1등을 향해 터지는 플래시를 눈이 시리도록 지켜보면서 저기 거리를 열심히 쓸고 있는 미화원아저씨의 아들은 앞서 달리고 있는 것일까 생뚱맞은 생각을 잠시 가져본다.

택시를 저 기사의 아들 도한 앞설까 뒤에 서 있을까 생각이 머문다.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 그래서 세상 살기가 고달퍼서 자식만은 안정된 직장 얻어 어깨 펴고 살아 줬으면 싶어 소주 한잔도 맘 놓고 사먹지를 못하고 학교에 보낸 자식인데도 부모의 그 자그마한 소망과 달리 그의 부모만큼이나 늘 뒤처져 기죽고 주눅 들어 비실비실 구석으로 찾아 드는 아이들, 그 수많은 보통의 아이들에게는 단 푼의 장학금도 주어지지 않는 이 사회에서 손바닥이 부르트도록 박수를 치고 목이 쉬도록 응원을 하는 모습에 자괴감이 들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12개 종목 64명. 우리는 어느 종목에 누가 뛰었는지 모른다.

분명한 것은 메달 권에 들지를 못해서 뒷전에서 머뭇거리고 있는 이들이 있어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이 된 것이다.

‘당신은 기적이라고 말하지만 우리는 결실이라고 말 한다’ 모 회사의 광고 문구다.

 64명 모든 선수에게 박수를

모든 선수가 노력을 해서 국위를 선양하고 자아실현을 한 것이지 기적이 이뤄진 것은 결코 아니다.

백락의 천리마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인재를 키워서 이왕이면 1등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뒤처져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 대해서도 더불어 빛날 수 있는 존재가치를 인정하고 격려하고 북돋는 애정이 있어야한다.

하나 보다는 열, 열 보다는 백, 백보다는 천만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고민을 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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