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가지 유기농 채소와 10여가지 반찬으로 차려진 '쌈가'의 대표 메뉴들. 신선하고 구수한 고향의 맛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찬바람이 물러가고 봄기운이 솔솔 코끝을 간질이는 계절이다.

겨우내 비닐하우스에서 자란 채소로 상을 차릴 수밖에 없었던 주부들은 이제 신선한 봄나물과 각종 채소를 밥상에 올릴 수 있게 됐다.

향긋한 봄나물도 좋지만, 익히지 않은 신선한 채소의 아삭한 질감을 입 안 가득 느낄 수 있는 쌈밥은 어떨까. 신선한 야채로 몸과 마음을 상쾌하게 하고 싶다면 전주시 금암동의 ‘쌈가’를 찾아보자.

채소 이파리라면 뭐든 잘도 싸먹는 한국인에게 쌈밥은 자연의 신선함을 즐길 수 있는 웰빙음식으로 꼽힌다.

전주시 금암동 교보생명 맞은 편 남도주유소 골목의 건물 1층에 있는 ‘쌈가’는 상호에서 알 수 있듯 쌈밥이 메인 메뉴인 음식점이다.

2008년 3월 문을 연 이곳은 주인 최성민·이민영 부부가 직접 음식을 만드는데, 시골밥상 같은 쌈밥 하나로 미식가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대표적인 메뉴는 제육·수육쌈정식과 오리주물럭정식이다.

밥과 쌈, 십 여가지 반찬에 고기만 삼겹살과 주물럭으로 구분해 주는데 제육쌈정식은 1인분 6천원에 팔고 있다.

제육쌈정식과 오리주물럭정식을 주문했다.

가격보다 실망스런 음식이 나오면 어쩌나 싶었는데, 음식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싱싱한 쌈채소와 구수한 쌈장만 있으면 식탁이 풍성할 것 같은데 음식의 가짓수와 깔끔함, 입에 착착 붙는 맛에 만족하게 된다.

‘쌈가’에 이 같은 맛은 익산에서 15년 동안 쌈밥집을 운영하고 계신 안사장 이민영씨의 어머니로부터 직접 전수받은 어머니의 손 맛. 반찬 하나하나도 주방장을 겸한 주인장이 직접 만든다.

주부의 자존심과 엄마의 마음을 담아서… 그러다 보니 인공조미료 따위는 일절 넣지 않는다.

천연의 재료로 자연의 맛, 고향의 맛을 살려낸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푸짐한 쌈과 쌈장이다.

접시 가득 담겨 나오는 쌈을 보기만 해도 식욕이 돋는다.

케일과 청겨자·쌈추·치커리 등 쌈 종류만도 헤아리기 벅찰 정도다.

인심 좋기로는 주인장 스스로가 둘째가라면 서럽단다.

한번 밥상에 오른 음식은 다시 내놓을 수 없기에 처음엔 적당량을 올리지만, 손님이 남기지 않는다면 귀한 나물 등의 반찬을 끝없이 대접한다.

주인장은 자연산인 나물은 둘째 치고 상에 오르는 채소들도 유기농 채소만을 고집한다.

자신과 가족들도 먹는 음식인 만큼 조금이라도 좋은 것을 쓰려고 매일 발품을 판다.

쌈밥에 들어가는 유기농 야채는 전북 순창에서 공수해온다.

친환경농산물 중 최상등급 야채로 서울 S백화점과 전주L백화점에 납품하는 것을 그대로 사용한다.

상추, 적상추, 케일, 치커리 등 30여가지 야채는 맛이 강하고, 특유의 향이 진하다.

안사장 이민영 씨는 “수년 째 단골 농장에서 청정채소를 직송해 쓰고 있다”며 “밑반찬 하나까지 직접 다 만들어 내기 때문에 가정식처럼 뒷맛이 개운한 게 인기비결”이라고 말했다.

불판 위에 지글지글 주물럭이 다 익었을 때 손바닥 위에 두툼한 케일과 치커리를 포개놓고 소담스럽게 쌈을 만들었다.

동그랗게 말아 든 쌈을 입에 넣으니 손맛은 곧 입맛으로 옮겨간다.

씁쓰름한 맛이 걸린다 싶더니 우렁쌈장의 쫄깃하게 씹히는 달달한 맛이 나다가, 갑자기 생마늘이 우지끈 깨물리면서 코를 톡 쏜다.

조개젓의 향긋한 바다냄새가 나는가 하면, 한순간 돼지고기 주물럭의 고소한 맛이 솔솔 풍긴다.

쌈밥이 입 안에서 터지기 시작하자 온갖 맛이 뒤죽박죽 황홀하다.

한마디로 쌈밥은 ‘입속의 비빔밥’이다.

마무리는 구수한 두부된장찌개. 이렇게 저렇게 응용해서 싸먹다보니 밥 한 공기가 금새 사라졌다.

최성민 사장은 “가장 다양한 쌈 채소를 즐길 수 있는 계절은 봄철인 4~5월이지만 쌈밥은 4계절 내내 인기”라며 “고기를 다양한 쌈에 싸서 먹으니 소화도 잘 되고 영양 균형도 잘 맞아 건강식으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밥이 보약’이라고 생각한다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여유있게 식사를 즐기거나 기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끼고 있다면 이곳의 풋풋하고 영양 높은 음식을 즐겨보자./김대연기자 eod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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