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건축사무소들이 건축물량 감소와 업체 난립 등으로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올 들어 발주관서들이 앞다퉈 조기발주, 조기집행을 추진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토목공사로 집중돼 있어 건축사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만 가고 있다.

결국 이는 지역 건축사업계를 도산으로 몰고가는 주요인으로 작용, 살생부에 이름을 올리는 업체들이 대거 생겨날 것으로 우려된다.

16일 대한건축사협회 전북도회에 따르면 도내 건축사회 소속 회원은 지난 2007년 246명, 2008년 256명, 2009년 274명으로, 건축공사 감소에도 그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또 비회원을 포함하면 불과 3년 사이에 1.5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업체 수는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반해 설계비는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IMF이전 3.3㎡ 당 평균 12~15만 원대 였던 것이 현재 5만 원대로 떨어져 경영난을 가중케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더욱이 새만금 방수제공사 등 도내에서 추진되는 대형 국책사업도 대부분 도내 설계업체들이 참여하기 어려운 턴키·대안입찰로 발주되고 있어 수주난 가중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 도내 건축사무소의 일감은 평년 수준에 30%가량에도 못 미치고 있다.

특히 민간수주에 의존해 전전긍긍해 온 소규모 영세업체의 수주난은 심각하다.

게다가 새로은 건축수요 발생도 어려운 현실. 건축부분은 관공서나 학교 등 공공부분도 있지만 대부분은 민간위주의 주거건축 또는 상업시설 등으로 개발단계에서의 양적인 건축수요는 상당부분 충족되기 때문이다.

건축사협회 전북지회 관계자는 “업계의 가뭄은 극심해 져 원룸 형 건축 외에는 신규 일감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요즘 원룸 건축설계비는 3만원(3.3㎡ 당)의 헐값에도 거래되는 등 천차만별이어서 제 살 깎아먹기식 저가수주 경쟁으로 인한 동반 부실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전주 A건축사 소장은 “건축설계는 조형창작예술분야로써 설계건축사의 공간설계의 창작성이 중요시되는 부분임에도 일반적인 인식은 물품의 제조와 같이 인식되고 있는 사회적인 현실이 안타까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반면 지자체의 재정 집행이 토목공사에 집중되면서 토목엔지어링 업계는 호기를 맞고 있어 대조적이다.

익산 B토목설계사 관계자는 “크고 작은 설계들이 봇물처럼 터져 일손이 모자랄 정도”라며 “특히 군산지역은 산업단지 개발로 토목공사가 대부분을 차지해 장날을 맞은 기분”이라고 전했다.

/왕영관기자wang3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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