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수 원장·서울 예쁜우리한의원

원칙을 잘 지키기로 유명한 나라가 있다.

정밀한 기계공학으로 유명한 바로 독일이다. 독일 자동차가 세계에서 손꼽히는 브랜드로 된 것도 독일국민의 국민성이 한 몫 하지 않았나 싶다.

독일 속담에 ‘친구를 잃고 싶으면 약속시간에 3분 늦어라’ 라는 말도 있을 정도니 독일 국민들이 약속이란 원칙을 얼마나 중요시 하는지 알 수 있다.

융통성, 다른 말로 하면 유연성이라 할까? 엄밀히 말하면 유연한 국민성을 가진 나라가 있으니 독일 옆에 있는 네덜란드이다.

 독일과 네델란드

동성 간의 결혼도 세계 최초로 합법화 시킨 나라로써 개인의 자유와 사상에 있어서 유연성이 대단한 나라이다. 물론 예전부터 상업국가로써 자본에 관한 유연성도 대단한 나라였으니 그 영향도 끼치지 않았을까 싶다.

독일이 원칙을 중시한다고 해서 원칙만을 중시하는 꽉 막힌 나라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은 나치의 잘못을 지속적으로 반성했을 뿐만 아니라 그 이후 대처에도 매우 유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자신들의 잘못에는 매우 꽉 막힌 사고를 하는 어떤 나라와 매우 비교되는 자세이다.

원칙만을 고집하면 꽉 막힌 벽창호가 되기 쉽고 유연성만을 강조하면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아 흐트러지기 쉽다. 가장 좋은 것은 원칙과 유연성을 적절히 잘 조화시키는 것인데 그 중용의 미덕을 지키기란 생각보다 매우 어렵다.

하지만 어떤 분야에서는 중용보다는 한쪽으로 치우친 분위기가 지배적인 곳도 있다.

유연성보다 원칙을 중요시해야 할 분야는 대표적으로 범죄를 다루는 분야이다. 검찰청에 근무하는 검사가 범죄에 관해서 너무나 유연성을 발휘하면 곤란할 것이다. 범죄에 관해 원칙보다 유연성을 부여한다면 사회의 기강은 확립되기가 어렵다.

어떤 분야보다도 유연성이 요구되는 곳이 있으니 그 분야는 바로 예술문화다. 예술 문화 분야야 말로 유연한 사고, 창조적인 생각이 요구되는 곳이다. 이 분야에 자꾸 원칙을 들이대면 곤란하다. 꽉 막힌 곳에서는 위대한 예술가가 나오기 어렵다.

미국 전 대통령인 부시는 대표적인 보수성향의 정치인이다. 이 부시 대통령을 비판하다 못해 마구 ‘깐’ 영화가 있으니 ‘화씨 9/11’ 이란 영화다. 마이클 무어라는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부시 대통령이 빈약한 정권의 정통성을 세우기 위해 이라크 전쟁을 일으켰다고 주장하고 부시 정권을 마구 비판한다.

하지만 난 부시 정권이 이 마이클 무어라는 감독을 어떤 혐의로 고소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왜냐하면 예술에서 ‘개인의 표현의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중용이 중요

아마도 부시가 그 감독을 누구마냥 명예훼손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면 부시 대통령은 엄청난 비난에 직면했을 것이다. 최근 문화분야 수장이 한 네티즌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사건과 대조적이다.

원칙과 유연성의 조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좀 더 세밀한 사고가 아쉽다. 높은 자리에 있는 분들일수록 이 중용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함을 명심하시라.

 /최병수 원장·서울 예쁜우리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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