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현 전북발전연구원 연구위원

2500년 전 묵자는 백성이 갖는 세 가지 어려움을 현대의 의식주(衣食住)에 해당되는 ‘굶주리는 자에게 먹을 것이 없고, 추위에 떠는 자에게 옷이 없으며, 피로한 자에게 쉴 곳이 없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 모든 것이 땅에서 나오는 것으로 토지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와 같은 토지가 공간적으로 한정되어 있거나 고정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매립에 의해 광활한 토지를 만들어 가는 간척사업은 양적으로 한정된 토지를 넓혀나가는 수단을 통해 한정된 토지를 극복하기도 한다.

또한 한정된 토지를 당시 시대적 여건에 적절하도록 효율적으로 이용관리하기 위해 어떤 토지정책과 토지관련 조세제도 등을 사용하느냐 도 공간을 확대하는 사업만큼 좁은 토지를 넓게 사용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또한 토지는 한 국가 내에서 효율적 관리를 위해 행정구역 등으로 영역을 구분하여 성장을 꾀한다.

 명칭 공간영역 대표성 가져야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개발계획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면서 토지관리를 국토관리 차원에서 접근한 바 있으며,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다.

계획적인 국토관리체계의 도입은 경제개발의 성공 위에 물리적 토대를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제1차 국토건설종합계획(1972∼1981)’이 시행된 이래 제2차 국토종합개발계획(1982∼1991), 제2차 국토종합개발계획 수정계획(1987∼1991), 제3차 국토종합개발계획(1992∼2001), 제4차 국토종합계획(2000∼2020), 제4차 국토종합계획 수정계획(2006∼2020)으로 이어져 제4차 국토종합계획 재수정계획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여기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논점은 국토 공간을 계획대상으로 하는 국가 법정계획수립 시 몇 개의 광역자치단체를 묶어서 사용하는 명칭에 대해 살펴보고 명칭의 유래를 통해 올바른 사용을 제안하고자 한다.

한강유역권이니 수도권이니 하는 권역의 구분은 그간 국가계획이 수립되면서 그 명칭들이 변모해 왔다.

한강유역권, 금강유역권, 영산강유역권, 낙동강유역권 구분은 4대강에 의한 성장거점 중심의 권역구분이었고 수도권, 중부권, 서남권, 동남권이라는 권역 명명은 해당지역이 국토에서 자리하고 있는 지리적 위치를 중심으로 붙여진 명칭이다.

최근 거대도시권 중심의 무한경쟁구도 변화 속에서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전개되고 있는 주요정책가운데 하나로 행정구역을 초월한 경제권을 중시하는 ‘5+2 광역경제권’ 명칭을 이상의 관점에서 들여다 보고자 한다.

광역경제권은 수도권, 충청권, 호남권, 대경권, 동남권(이상 5), 강원권, 제주권(이상 2)으로 구분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전북은 전남, 광주와 함께 호남지방 또는 전라도로 표현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호남지방은 전라도의 별칭이다.

호남이라는 명칭의 어원은 한반도 최초의 인공저수지로 불리는 벽골제의 남쪽이라는 설과 금강의 옛 이름인 호강(湖江)의 남쪽이라는 설 등이 있다.

전라도는 1896년(고종 33년) 전라남도와 전라북도와 나뉘면서 행정구역으로서의 전라도는 소멸되었다고 할 수 있으나 현재에도 전북, 전남, 광주광역시를 통칭하는 이름으로 남아 있다.

중요한 것은 당시 전주시와 나주시의 앞 글자를 가져와 전라도로 불려졌다는 것이다.

타 지역도 이처럼 경상도는 조선 초기까지 가장 큰 고을이었던 경주·상주·안동·진주 가운데 경주와 상주의 머리글자를 따서 경상도로, 충청도는 충주와 청주, 강원도는 강릉과 원주의 머리글자를 사용한 것이다.

즉, 해당지역 중심도시 명칭을 활용하여 명명된 것이다.

국토의 체계적 관리, 산업집적도 등 보유하고 있는 잠재력을 바탕으로 한 성장산업과 우수한 인프라 여건을 활용하여 국가와 지역발전을 지향하고자 하는 계획들을 수립하는데 있어 명명하는 권역구분 명칭이 얼마나 중요한지 계량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호남권 명칭 옳지 않아

명칭은 포괄하는 공간영역의 대표성을 가져야 하며 분명 의미를 함축하고 있어야 한다.

국가 중추기능을 담당하는 기능적 측면의 수도권, 지리적 위치를 지칭하는 호남권·동남권, 중심도시의 지명에서 유래한 충청권·강원권이라는 명칭을 어떤 계획에서 동시에 혼재되어 사용한다면 결코 옮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남의 도청소재지가 목포로 이전했다 해서 ‘전라도’를 ‘전목도’로 지칭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얘기도 아니다.

국토를 대상으로 국가의 비전을 담는 계획상의 권역구분은 명칭을 접하는 사람에게 쉽게 이해되어야 함은 물론 학습의 효과도 동시에 발휘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바른 명명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강조하며, 향후에 바로 잡는 계기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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