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원고지를 고집했던 소설가 박범신이 처음으로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 쓴 소설 ‘은교’가 발간됐다.

2010년 1월 8일 소설가 박범신은 그의 네이버 개인 블로그에 방 하나를 만들었다.

애초의 문패는 ‘살인당나귀’, 그러했다.

바로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 어디에도 발표한 적 없고, 단 한 번도 독자들에게 선보인 적 없는 미발표 장편소설의 연재를 시작한 것.한 달 반 만에 소설은 완성되었다.

끝내고 보니 제목은 ‘은교’로 바뀌어 있었다.

연재를 시작한지 석 달, 최종회의 챕터는 44회. 환갑을 훌쩍 넘긴 소설가는 그러나 그 미친 듯한 질주 끝에도 차마 마음속에서는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면서 다음과 같이 고백하고 있다.

 “나는 내 말들이 말처럼 질주하는 대로 따라가자 했고 지금도 그 폭풍의 질주가 멈춰지지 않고 있어. 지금도 이 얘기를 한 권 더 쓰라면 금방 쓸 것 같아. 사건은 없고 아직도 너무나 많은 말들이 남아 있어. 이게 정말 사랑의 소설인지는 모르겠어. 존재론적인 소설이고 예술가 소설이지 싶어, 나는.”-‘풋,’ 2010년 봄호에서   소설『은교』의 키포인트는 다름 아닌 ‘갈망’에 있다.

예서 ‘갈망’이란 무엇인가. 이는 간절히 바란다는 뜻이다.

소설 속 주인공 이적요를 핑계 대고 자신의 욕망을 투영했다는 작가에게 ‘갈망’이란 단순히 열일곱 어린 여자애를 탐하기 위하는 데 쓰이는 감정만은 아닐 것이다.

갈망은 이룰 수 없는 것, 특히나 사랑의 갈망은 이미 절망을 안고 있다는 데서 보다 근원적인 어떤 감정이 아닌가. 문학동네 출판, 값1만2천원. /이병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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