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이 새끼를 낳아 기르듯 식물도 후손을 위해 번식을 하는데, 이들의 종에 따라 매년 수백~수십만 개의 종자를 생산하여 멀리 멀리 보낸다.

식물이 종자를 멀리 보내야 하는 이유는 동일한 양분과 생활행태를 갖는 어미와 경쟁을 해야 되기 때문에 어미와는 멀리 떨어 질 수록 잘 살 수 있다.

열매나 종자의 이동은 특별한 매개물 없이 스스로 산포하는 것도 있으나, 대부분의 식물은 바람, 물, 곤충, 동물, 심지어 인간까지도 매개물로 이용한다.

 예컨대 아메리카 풍년화는 열매주머니가 건조해짐에 따라 주머니가 폭발적으로 터져서 종자가 12미터 이상을 날아서 이동하고, 왜성겨우살이는 온혈동물이 가까이 왔을 때 그 열에 반응하여 종자를 격렬하게 산포하는데, 그 힘이 너무 세어 동물에 상처를 내기도 한다.

우리가 흔히 아는 민들레, 할미꽃, 박주가리의 경우도 자세히 관찰하면 놀라울 정도로 섬세함을 보인다.

작은 씨앗에 깃털을 달아서 낙하산처럼 이동하지만, 공중 습도가 높거나 비가 많이 오면 씨앗이 이동할 수 없기 때문에 스스로 깃털을 접어두고, 날씨가 맑아 건조해지면 깃털을 활짝 펴서 약한 바람에도 날아간다.

 수매(水媒)하는 식물종자나 열매의 경우는 조직의 일부분에 공기를 담거나 조직 자체가 공기를 넣기 좋게 만들어져 있는데, 골풀의 경우는 공기가 들어가 부풀려진 주머니로 종자가 뜨는 것을 가능케 하고, 물에 떠 있는 동안 흡수를 방지하기 위해서 표면에 왁스물질을 바르기도 한다.

또 하나 조류, 포유류, 곤충 심지어 인간까지도 씨앗의 여행 매체로 작용하는데, 해변에 서식하는 조류는 발밑의 진흙에 부착된 종자를 아주 멀리 떨어진 곳까지 운반하고, 다른 새들과 포유류는 과일을 먹는데 그 과일의 종자는 상처가 나지 않은 채 그 동물들의 소화관을 통과해 지나간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러한 처리를 받지 않으면 아예 발아하지 않는 것도 있다.

수많은 종자들은 동물과 조류의 털이나 깃털 속에 붙어 이동되는데, 갈퀴덩굴 속의 식물과 개자리, 그리고 도꼬마리는 털 또는 등산객의 양말 속에 걸리기 쉬운 작은 고리들로 덮여 있다.

금낭화, 연령초, 깽깽이풀과 그 밖의 몇몇 식물들은 종자에 개미를 유인하는 물질이 함유된 돌출물을 지니고 있는데, 조사 자료를 보면 단일 개미 집단에 의해서 3만6천개 이상의 종자들이 개미집으로 옮겨지고, 그곳에서 개미들은 먹이를 얻기 위해서 그 돌출물을 벗겨내지만 종자 자체는 손상시키지 않고 싹을 트게 한다.

 춥고 덥고를 반복해 변덕이 심하던 날씨가 오월 중순에 접어들면서 따뜻하게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다.

아울러 온 누리에 생기가 돌고 있고, 생명의 어미들이 미리 준비해둔 각본대로 수많은 새 생명들이 탄생하고 있다.

멀리서 후손들의 활동모습을 지켜보면서 쓸쓸히 생을 마감하는 어미도 있고, 또 다른 생명을 잉태하면서 자연을 보다 건강하게 지켜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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