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인 이유로 집총을 거부하다가 군내 폭력으로 숨진 피해자에 대해 국가가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22부(부장판사 조인호)는 방위 교육 훈련 과정에서 가혹행위를 당해 숨진 A씨의 유족들이 "망인의 죽음을 축소·은폐한 군이 손해를 배상해야한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배배상 청구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국가는 유족들에게 1억6000여만원을 지급해야한다.

재판부는 "당시 부대는 A씨가 구타 등 가혹행위를 당하는 것을 막지 못한 데다 A씨를 무단 방치해 결국 숨지게 했으므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당시 군은 관련자들을 조사하지 않고 A씨가 병사했다고 결론짓는 등 사인을 은폐해 소멸시효 완성 전에 유족들이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믿게 했다"며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국가의 주장은 권리남용"이라고 설명했다.

여호와의 증인 신자였던 A씨는 1976년 2월 해군 방위교육대에 입대했지만 신자로서 교리에 따라 집총을 거부하다 총기 개머리판으로 맞는 등 소속 군인들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했다.

한달 뒤 A씨는 교육훈련을 마치고 귀가했지만 퇴소 다음 날 숨졌고 군부대 측은 A씨가 병사했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군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는 2008년 "A씨가 집총 거부를 이유로 신병교육대에서 지속적으로 가혹 행위를 당했고, 이로 인해 폐 부위 상처에 따른 과다 출혈로 사망했다"고 결정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A씨가 군대내 가혹행위로 사망했다는 증거가 없고, 군이 부검의의 의견에 따라 사인을 병사로 결론지었던 점 등을 보면 적극적으로 망인의 죽음을 은폐했다고 단정했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한 바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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