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산실 3 – 한국화가 조현동










고집스런 열정이 피워낸 한국화의 새로움

문예산실 3 – 한국화가 조현동

한국화가 조현동(40). 그의 외모는 무척 정갈하다. 마치 연예인을 대하듯 그의
표정이나 자세는 화려하다. 그의 그림 역시 눈으로 만질 수 있는 그림이다. 그의 그림의 매력은 우리의 시각으로 하여금 촉각을 대체하게 한다는 점.
이런 선입견을 가지고 그의 작업실을 찾는 일이란 색다른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남원시 왕정동 피아노학원 곁에 자리한 그의 작업실. 그의 인상처럼 도회적인 분위기가
물씬 느껴진다. 작가는 작업중이었는지 붓을 들고 앞치마를 두른채 일행을 맞는다. 20평의 크지않은 공간에 켜켜이 쌓여있는 그의 작품들. 이들이
작가의 연륜을 대변해 주는 양 싶다.

서울에서 활동하던 작가가 고향인 남원에 자리잡은 것은 1997년. 옛집의 모습은
사라졌지만, 정신적인 여유를 찾기에는 충분한 선택이었다. “서울에서 자주 전시회를 갖다 보니까, 서울작가로 아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고향으로 내려오길 잘했다 싶어요. 갑갑하고 활동하기에 부적절한 면도 없진 않지만
오히려 정서적인 면에서는 그만이거든요.”

작가가 다루는 소재는 꽃과 소라, 바닷물, 동물, 여인 등 자연이 주류. 지극히
사적인 경험에서 선택된 특정 사물이다. 작가가 취한 특정사물은 그의 캔버스에서 우아한 색상과 형태를 입힌 새로운 인격체로 태어나곤 한다.

특히 작가가 이러한 소재를 통해 옛 민화로 재해석하는 노력은 돋보이는 대목. 단순한
자연물에 역사성을 결부시키고 재질의 특성을 솔직하게 치환시킨다.

작가의 표현양식은 다분히 이중적이다. ‘리얼리티와
관념’의 만남이라든가 ‘구상과 추상’, ‘나열화와
축약화’, ‘현상과 본질’ 등 대칭적 의미 뿐만
아니라 상호보완적 의미도 동시에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본래 원광대 미술교육과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작가가 한국화로 전향한 것은 변화에 대한 욕망때문.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었어요. 다행스럽게도 빨리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화 중에서도 채색화를 선택했어요. 서양화로 다져진 색감을 이용하자는 생각에서지요.”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탓에 한국화로 방향을 바꾼 뒤에도 현재까지 5차례 작업의
변화를 꾀했다. 작가는 이러한 작업 모두를 과정의 일부라고 평가한다. “변화를 추구하는
것도 타고난 성격 같아요. 벌써 5번이나 바꿔봤는데 그 때마다 흡족하거든요. 이런 성향은 죽을 때까지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옆방에서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에 그윽하다. “작가가
우아하고 정갈한 작업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닐까”하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 때 작가는 여성적이라는 평가를 벗기위해 새로운 시도를 해봤지만, 천성을 거스르긴
어려운 모양이라며 웃는다. “한때 힘차고 거친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변화를 시도했지만, 어느순간 다시 회귀돼 있더라구요. 정말 우습지요.”

부지런하면 모든 경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작가. 한국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는
고집스런 열정으로 15년동안 한길을 고집했다. 이런 고집의 ‘특별함’을 관람객들이 알아차리는
것은 아닐까? 그의 전시회가 인파로 매번 북적됐음을 떠올린 이유다. /김영애기자 young@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