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포장김치를 사다 먹는 것이 저렴해요”

전주시 중화산동에 거주하는 40대 주부 이 모씨는 요즘 장 보러 마트에 가기가 겁난다.

김치 재료를 사려고 마트에 갔다가 오른 배추 가격과 마늘, 파 가격에 절로 한숨이 나기 때문이다.

주부 이 모씨는 “집에서 김치를 담글 때 10㎏(작은 것 4~5포기) 정도 하려면 배추 값만 1만5천원이 들지만 저렴한 포장 김치는 2만원 수준”이라며 “지금처럼 식탁 물가가 계속 오른다면 마트에서 완제품을 사다 먹는 것이 더 싸게 먹힐 것”이라고 말했다.

주부들의 장바구니 물가에 빨간불이 켜졌다.

봄철 이상저온과 여름 폭염이 농산물 작황 부진으로 이어져 수확량이 감소하면서 채소류의 가격이 급등한 것.26일 도내 농산물 유통업계와 aT(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배추 1포기의 소매가격은 4천371원을 기록했다.

이는 한달 전에 비해 6.72%,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2.5% 오른 것이다.

깐마늘 역시 1kg에 1만1천322원으로 한 달 사이에 9.4%가 올랐고, 무는 개당 2천821원으로 10.5% 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하면 깐마늘은 93.0%, 무는 99.3%가량 올라 김치 한 번 담가 먹으려면 적어도 몇만원은 손쉽게 지출된다.

이같은 가격 급등은 이상 기후로 채소류의 생육이 부진한 데 일차적 원인이 있다.

기온은 예년보다 높지만 국지성 강우 현상이 잦아 고온다습하고 일조량이 부족한 날씨가 이어진 탓이다.

때문에 시금치·오이·호박·가지·상추·미나리·부추 등 찬거리 야채류 거의 모두가 생육 부진을 겪었다.

마늘·양파나 대파·쪽파 같은 양념 채소는 작황이 나쁘거나 날씨 문제로 산지 출하 작업이 더뎌 오름세를 탔다.

또 학생들의 개학 시기가 겹친 것도 가격 급등의 원인이다.

개학철을 맞아 급식 시장에서 채소 물량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크게 늘면서 채소 값을 밀어 올린 것.하지만 문제는 신선식품의 공급 부족현상이 올해만의 일시적 현상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만일 기후 변화 영향으로 내년 이후에도 작황 부진이 이어진다면 신선식품 물가가 계속해서 높은 수준에서 머무를 수 있다.

신선식품은 공산품과 달리 생산기간이 길기 때문에 작황이 나빠졌다고 해서 곧바로 재수확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도내 농산물 유통관계자는 “채소류의 경우 주산지에서 이상기온 등으로 인한 재해가 발생하면 가격이 더 오르는 특성이 있다”라며 “배추·무는 9월 중반 이후에는 안정세를 찾을 것 같지만 시금치·상추 등 찬거리 야채는 9월말 이후에나 가격 안정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대연기자 eod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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