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우림(보랏빛 비가 내리는 숲)’의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2집이 나온 후 6년 만에 세 번째 솔로 앨범인 [315360]. " 전곡을 경험담을 담은 노래로 꾸민 것은 이 앨범이 처음" 이라고 하듯, 그녀의 픽션같은 노래스타일이 논픽션인 가사속에 거짓말처럼 녹아들어가 있다.
 
살아가다보면 누구나 마음 한켠에 어둠을 지고 있다. 삶과 미래에 대한 불안과 사람에 대한 허무함과 사랑의 마지막에 느끼는 가슴이 뜯어지는 상처는 누구나 인생의 바닥깊이 묻어두고 있다.  그 삶의 어둠을 참지 못해 뛰쳐나가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마지못해 멍하니 견디는 사람, 아에 가면을 쓰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이세상은 너와 나에게도 잔인하고 두려운 곳이니까 언제라도 여기로 돌아와 집이 있잖아, 내가 있잖아’
-Going home 3집 2010
 
결혼하고 인생을 좀 더 성숙하게 노래하게 된 그녀는 이제 세상에 대한 냉소와 비판속에서 자신에게 기대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은 세상은 아마도 그런 세상속에서 따뜻하게 비치는 한줄기 사람의 온기에서 그 희망을 찾고 싶은 것일까. 세상의 어두움을 노래하는 다른 곡들 속에서 타이틀곡인 ‘Going home'은 그 전의 앨범과는 다른 시각이 이제 가미되었음을, 약간은 다른 그녀의 모습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어딘가 뒤틀려 있는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이상한 세상의 릴리스'부터 시작해서 순수한 사랑으로 상처받는 소년소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비밀의 정원', 차가운 마음으로 일관하며 타인과의 관계를 거부하는 '얼음 공주'와 삐뚤어진 시선으로 자신만을 자해하는 '착한 소녀', 슬픈 세상 속에서 신을 원망하며 눈물 흘리는 '검은 강'을 지나 다시금 '이상한 이야기'로 마치는 이 앨범 곳곳엔 알수 없는 빛과 희망이 숨겨져 있다.
 
스타일을 과시하기보다는 치밀하고 탄탄한 소리에 집중하는 3집앨범은 전체적으로 허술한 소리 하나 없는 사운드메이킹이다. 피아노와 스트링이 주요하게 쓰인다는 점에서는 김윤아가 솔로로서 이제까지 만들어왔던 음악의 맥락을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배킹 보컬과 악기가 곡 전체를 휘감기보다 의도된 부분에서만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고, 채집되거나 만들어진 다양한 소리들이 맥락에 맞게 다듬어진 형태로 배치되어 쓰이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315360, 그녀가 살아온 36년의 세월을 시간으로 환산한 숫자라는 누군가의 알림이 시간속에서 사는 자아를 냉철히 이야기하고 싶었던 그녀의 음악세계를 세밀한 느낌으로 표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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