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엊그제 만해도 더웠던 것 같은데 집안의 여름옷도 다 정리하기도 전에 가을이 바로 와버렸다.

가을은 바로 겨울이 올 것 처럼 금방 추워졌다.

기억을 다 정리하기도 전에 무언가 닥쳐 버린 것처럼 그렇게 2010년의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음악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자신의 기억과 음악이 일치될 때 더욱 강하게 작용한다.

각자마다의 기억과 경험, 추억이 그 음악과 연계될 때 그 멜로디는 가슴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감정과 함께 울려나온다.

지금세대는 잘 모르는 ‘이문세’의 노래들, 요즘은 가끔 CF에서 이문세의 노래가 많이 나온다.

부드러운 그의 목소리는 지금 가요계를 꽉 잡고 있는 알앤비의 그 어떤 발라드 가수들보다 꾸밈없고 순수하다.

‘광화문연가’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붉은 노을’‘깊은 밤을 날아서’등 헤아릴 수 없는 명곡들이 14집안에 가득 들어있다.

그의 목소리 뒤에는 그 노래들을 작곡한 이영훈이 있다.

남들도 모르게 서성이다 울었지 지나온 일들이 가슴에 사무쳐 텅빈 하늘밑 불빛들 켜져가면 옛사랑 그 이름 아껴 불러보네 이제 그리운 것은 그리운대로 내맘에둘거야 그대 생각이 나면 생각난대로 내버려두듯이 "91년에 쓴 '옛사랑' 하나로도 그의 90년대 존재감은 막강하다", "한국 대중음악의 서정성과 노랫말의 시적 여운을 풍부하게 만든 작곡가"라는 음악전문가들의 평과 많은 젊은 가수들의 '이문세 리메이크 현상'은 이만한 멜로디를 더 이상 뽑아낼 수 없다는 것에 대한 반증이었는지도 모른다.

담백하고 솔직한 삶의 단상들이 엮어내는 '좋은 선율'은 늘 팬들의 감수성을 대변했으며 시 같은 노랫말은 멋들어진 편곡과 세련된 기교 없이 시대를 지배하는 어떤 트렌드라도 돌파한다.

오히려 그런 여백이 많은 사람들의 자신들의 기억을 심을 수 있는 여유를 주었는지 모른다.

이문세 13집에 수록된 '기억이란 사랑보다 더 슬퍼'라는 가사는 7집의 ‘옛사랑’을 생각나게 한다.

멜로디를 정점으로 이끌어가지 않아도 충분히 담백한 멋을 그려낼 수 있음을, 그 형식이 뚜렷이 나타나지 않아 그 구조를 정확히 나눌 수 없는 것도 그의 노래의 큰 특징이다.

우리들 한 시절을 위로한 멜로디. 아름다우면서도 한국적 대중정서가 뛰어난 이영훈과 이문세의 노래, 그들의 노래가 가을하늘 높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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