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은 단순하다. 남녀 주인공이 사랑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자잘한 웃음, 감동으로 버무리는 것이다.

16일 시청률 35.2%로 막을 내린 SBS TV 주말드라마 ‘시크릿 가든’ 역시 이 같은 기본에 충실했다. ‘사회지도층’ 백마탄 왕자 김주원(현빈·29)이 눈앞의 ‘소외계층’인 스턴트우먼 길라임(하지원·33)과 죽음을 불사한 운명같은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다.

너무 단순하고 뻔한 소재에 판타지 요소를 덧씌웠다. 남녀의 몸이 바뀐다는 설정에 따른 황당함은 코믹스러움에 맞물려 재미, 감동까지 배가했다. 비슷한 소재는 ‘체인지’, ‘게임’ 등 드라마와 영화에서 자주 채용돼왔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쉽게 짐작하지 못하도록 진행되는 극은 재미와 감동을 수차 뿌려댔다.

시청률 30%를 훌쩍 넘긴 드라마는 당연스레 ‘폐인’을 양산한다. ‘주원앓이’와 ‘라임앓이’에 이어 ‘시크릿앓이’는 주말을 보내고 학교와 직장으로 온 학생과 직장인들을 폐인으로 만들었다. 일과 전 30분 이상을 ‘시크릿 가든’ 관련 수다를 떠는 풍경이 낯설지 않았다.

무엇보다 ‘시크릿 가든’은 복선으로 승부, 성공했다. 작가가 1회부터 깔아놓은 복선은 드라마를 해석하고 흥미진진하게 따라가는 장치 구실을 톡톡히 했다. 특히, 아영(유인나·29)의 꿈과 주원의 엘리베이터 사고는 최대 복선이었다.

작가는 아영의 입을 통해 몇 차례 드라마 흐름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핵심 복선을 흘렸다. 주원의 기억을 잃게 만든 엘리베이터 사고로 인한 라임의 아버지와의 관계는 첫회부터 관심 대상이었다. 여러 복선은 행복하거나 불행한 결말에 대한 억측을 무수히 낳았다. 시청자들은 다음회의 ‘스포일러’ 행위자에게 질타를 가했지만 한편으로는 집착하기도 했다.

주옥같은 대사들과 명장면도 특기할 대상이다.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이 어메이징한 여자야’, ‘이태리 장인이 한 땀 한 땀 뜬 트레이닝복’, ‘문자왔숑’ 등은 유행어가 돼버렸다. 거품 키스와 윗몸일으키기 키스신 등은 시청자들이 화면을 캡처하게 만들기도 했다.

여기에 주인공과 다름없을 정도로 비중있는 주변인들의 흥미를 더했다. 윤상현(38)과 김사랑(33), 김성오(33), 유인나, 이필립(30), 박준금(49) 등이다. 한류스타이지만 유머러스하고 단순한 오스카(윤상현), 엉터리 영어발음을 구사하는 허당 윤슬(김사랑), 하지원을 묵묵히 뒤에서 바라보고 지켜주는 무술감독 종수(이필립), 허세 가득하지만 아들을 끔찍이 사랑하는 주원의 엄마(박준금)는 제 몫 이상을 해냈다.

‘시크릿 가든’은 TV드라마에 그치지 않았다. 녹화에 필요한 것들이기는 했지만, ‘시크릿가든 콘서트’를 열었고 드라마 관련 만화와 소설도 나왔다. 감독판 DVD도 따로 나올 예정이다. 극중 소품으로 등장한 책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인어공주’의 판매가 급증하는 기현상도 빚어졌다.

agacul@newsis.com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