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52)씨는 최근 검찰로부터 구약식 처분에 처해졌다는 통보를 받았다.

혐의는 음주운전 방조. 지난 2월 설 전날에 함께 술잔을 나누던 후배에게 자신의 자동차 열쇠를 건네주었던 게 화근이었다.

그 날 김씨는 “집에 잠깐 다녀오겠다”는 후배에게 무심코 차 키를 건넸다.

하지만 후배는 차량을 운전하다 차량 두 대를 잇따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후배는 혈중알코올 농도 0.147%의 만취상태에서 차량을 운전한 혐의(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위반)로 기소됐다.

정모(42)씨 또한 술에 취한 일행에게 차 키를 건넸다가 큰 코 다친 경우다.

최근 주점에서 알게 된 20대 여성과 함께 술을 마신 정씨는 술집을 나서며 이 여성에게 차 키를 건네고 자신은 조수석에 탔다.

그러나 몸을 가누지도 못할 정도로 취한 이 여성은 얼마 못 가 사고를 냈다.

이는 3중 추돌로 이어졌고, 2명이 부상을 입는 피해까지 발생했다.

당시 여성의 혈중알코올 농도는 0.127%. 결국 정씨는 여성과 나란히 약식 재판에 넘겨졌다.

송모(여·54)씨의 경우도 이와 비슷하다.

최근 길을 모른다는 이유로 부하 직원에게 자신의 차량 핸들을 맡긴 송씨. 하지만 이 직원은 이미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상태였다.

결국 운전 중에 정차된 택시를 들이받은 직원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그대로 도주하고 말았다.

검찰은 사고를 낸 직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한편, 송씨를 약식재판에 남겼다.

술에 취한 일행에게 무심코 차키를 건넸다가 범죄자로 낙인이 찍히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들에 대해 수사를 벌인 전주지방검찰청 형사 1부(부장판사 이일권)는 “김씨 등은 자신이 직접 운전을 하지 않는 경우라도 자동차 열쇠를 건네주거나 운전석을 내줘 술에 취한 이로 하여금 운전을 하도록 하는 행위가 범죄라는 인식이 부족했다”며 “그러나 이와 같은 행위는 형법상 공범 중 방조범에 대한 규정에 따라 처벌되는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실제 현행법 상 음주운전을 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 음주운전을 방조한 경우 1년 6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외국의 경우 음주운전 방조 행위에 대한 처벌이 더 강력하다.

일본은 지난 2006년 음주운전 차량에 치어 어린이 3명이 숨진 사건을 계기로 이듬해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음주운전동승죄와 음주운전차량제공죄, 음주운전주류제공죄에 관한 조항을 신설했다.

이를 근거로 지난 2월 15일 일본 사이타마현 지방재판소는 9명의 사상자를 낸 음주운전차량 운전자에 대해 징역 16년을 선고하면서 동승자 2명에 대해서도 위험운전치사상 방조죄를 적용,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또한 술을 판매한 식당주인도 음주운전주류제공죄가 적용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5년에 처해졌다. 민사적 책임도 뒤따른다.

부산지법은 지난해 11월 운전자의음주사실을 알면서도 차량열쇠를 건네 준 차량 소유주에 대해 교통사고 피해자에 대한 배상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전주지검 관계자는 “인정에이끌려 죄의식 없이 음주운전을 묵인하는 일부 그릇된 행태에 대해 음주·무면허운전 방조 사범으로 적극적으로 엄단할 예정이다”고 강조했다./박효익기자 whic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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