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력가를 납치한 뒤 수억원을 빼앗아 해외원정 도박에 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전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7일 재력가를 납치해 폭행한 뒤 수억원을 빼앗은 혐의(강도 상해 등)로 익산 모 폭력조직 부두목 오모(50)씨 등 2명을 붙잡아 구속했다.

또 달아난 공범 이모(52)씨 등 2명의 뒤를 쫓고 있다.

이씨는 대전의 모 폭력조직 두목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오씨 등은 지난 3월 30일 오후 10시 30분께 익산시 영등동 정모(48)씨가 사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귀가하던 정씨를 납치해 정씨로부터 5억원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익산시 금마면의 한 폐업 찜질방으로 정씨를 끌고 가 16시간 동안 가두고 흉기 등을 이용해 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은 평소 재력가로 알려진 정씨를 범행 대상으로 미리 정하고 치밀한 계획에 따라 정씨를 납치한 뒤 정씨로 하여금 자신 명의로 사채업자에게서 5억원을 빌리게 했다.

이후 이를 오씨 친척 명의의 차명계좌로 송금받은 뒤 정씨를 풀어줬다.

오씨 등은 이 과정에서 정씨에게 흉기를 들이대며 유서를 쓰게 하는 등의 위협을 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정씨는 이 같은 사실을 경찰에 신고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경찰에 신고하면 가족들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오씨 일당의 협박 때문이었다.

정씨는 조사 과정에서도 보복이 두려운 나머지 진술을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 이들은 해외 원정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 같은 짓을 꾸민 것으로 밝혀졌다.

오씨 등은 지난 12일 해외원정 도박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오씨는 또한 강원 정선카지노 등에서 진 빚을 갚는데 돈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관계자는 “이들은 당초 정씨에게 10억을 요구했으나, 돈이 없다고 하자 5억원을 받았다.

이 중 1억 8000만원을 달아난 이씨가 챙겼고, 나머지 돈을 오씨가 도박 빚을 갚는데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했다.

나머지 일당들은 현재 필리핀과 싱가포르 등에서 지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들을 붙잡기 위해 인터폴에 국제공조를 요청한 상태다.

/박효익기자 whic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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