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덕 전북경제통상진흥원장

도시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도시는 인류가 만들고 이룩한 모든 것이 담긴 ‘문명의 총화’라고 한다. 도시는 마치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성장과 쇠퇴를 반복해왔다. 이탈리아의 고대도시 폼페이는 화산폭발로, 일본의 후쿠시마는 지진과 쓰나미로 폐허가 일순간에 폐허가 되어버렸다. 반면에 미국의 라스베가스, 중동의 두바이는 모래뿐인 사막에 새로운 도시를 일궈냈고, 중국의 북경 상해 등은 오랜 역사를 지닌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도시로 상전벽해를 일궈냈다.

수 천 년 동안 서서히 변화의 물결을 탔던 세계의 도시들은 18세기 산업혁명과 증기기관차의 등장으로 급속한 변화를 겪으면서 여러 가지 문제들을 양산해냈다. 대표적인 것이 도시로의 인구 집중, 도심의 슬럼화 등 도시 문제를 양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부터 전문가들은 다양하고 독창적인 도시 계획안을 만들기 위해 부심했고, 도시들은 다시 진화를 시작했다. 21세기에 접어들어서는 인터넷과 네트워크의 발전으로 국가간, 도시간 격차가 평준화되면서 ‘문화’가 도시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미래학자들은 디지털의 발달에 따른 미래 도시는 ‘보이지 않는 도시(invisible city)’, 유비쿼터스로 진화한 보다 편리하고 윤택한 모습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도시 경쟁력 '디자인'

새로운 도시의 창조를 고민하는 도시 전문가들은 도시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가 ‘디자인’이라고 판단하고, 디자인 개선을 통한 국가 및 도시 개조사업에 노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처럼 국가와 도시들이 도시 개조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이유는 도시경쟁력의 중요성을 깨달은 때문이다.

국경의 개념이 사라진 21세기적 사고로 설명하자면 도시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라 할 수 있다. 파리, 뉴욕과 같이 오랜 역사와 문화를 기반으로 트렌드를 선도하는 도시들이 프랑스와 미국의 경쟁력이 되었고, 두바이처럼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스스로 진화하는 도시가 UAE의 경쟁력이 되었다. 이는 독창적인 문화와 감성을 갖춘 도시가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는 시대, 도시가 국가를 넘어서는 새로운 의미가 되는 시대가 온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도 세계문명사적 변화에 뒤쳐질 수는 없다. 우리나라의 도시들은 개발시대였던 1960-80년대에 ‘압축 성장’을 통해 도시를 개발해왔다. 이후 40~5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도심은 노후 되어 도심재개발과 도시재생사업이 절실한 시점에 이르렀다. 정부도 ‘디자인드 인 코리아(Designed in Korea), 멋진 한국’을 제시하며 디자인을 국가 경영의 모토로 삼고 도시를 바꾸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덕분에 창조도시를 표방하거나 도시디자인을 내세우는 지자체들이 부쩍 늘어났다.

전주도 예외는 아니다. 동부권개발과 서부신시가지 개발에 이어 북부권개발과 도심재개발이 현안과제로 떠올랐다. 개발, 재개발뿐만 아니라 도시에 디자인 개념을 접목도 병행해야 하는 ‘디자인드 인 전주(Designed in Jeonju)가 절실해진 것이다.

전주가 단순히 전통문화의 도시, 가장 한국적인 도시만을 고집하는 도시로 전락해서는 곤란하다. 전통과 현대가 접점을 이루고, 퓨전문화를 생산하는 미래형 도시를 만들어야 전주의 경쟁력도 높아진다.

     새로운 브랜드 창출 과제

도시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독창적인 브랜드를 갖추어야 한다. 뉴욕의 맨해튼,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
파리의 에펠탑 등은 세계 최고의 브랜드를 갖고 있는 도시들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전주는 어떤가. 물론 한옥마을도 주요한 브랜드 자원이다. 그러나 새로운 도시 브랜드의 창출도 절실한 과제다. 기존의 브랜드 가치에 새로운 문화(culture)와 창의(creative)를 보태면서 새로운 명성을 재창조해야 한다는 얘기다.

천년만년 물려줄 수 있는 전주라는 도시 브랜드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대형빌딩이 들어서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또한 뉴욕의 센트럴파크, 런던의 하이드파크처럼 도시숲을 조성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후손들이 자랑스러워하고 전주의 랜드마크화를 위한 전주의 도시 브랜드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전주의 문화적 고유성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추가하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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