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쩍 소나기가 많아진 듯 하다. 멀쩡하던 하늘에 갑자기 굵은 빗방울이 쏟아진다. 사람들은 정신없이 비를 피해 숨는다. 뜨거웠던 아스팔트는 순식간에 물로 적셔지고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비가 그친다. 짧고 굵은 멈춤의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사람들은 모두 정신없이 바쁘다가 어쩔수 없이 멈춰선다. 그렇게라도 해야 잠시 쉬는 불쌍한 사람들이다.
 
알수 없는, 어쩔 수 없는 강한 소나기는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가 보다. 삶을 살다보면, 누구든 그런 운명적인 만남과 사건을 동경할지도 모르겠다. 어제도 차안에서 갑자기 소나기를 만났다. 굵은 빗줄기는 순식간에 시야를 가리고 와이퍼를 마구 돌려도 소용없었다. 금방 시원해진 아스팔트가 차라리 반갑기는 했는데, 허탈한 이 느낌은 뭘까.
 
어느새 너는 그렇게 멈추었나/ 작은 시간에 세상을 많이도 적셨네
시작하는 듯 끝이나 버린/ 소설 속에 너무도 많은 걸 적었네
 
소나기라는 노래는 부활의 3집에 수록되어 있는 곡이다. 부활 3집은 김태원이 가장 힘든시기를 지나고 만든 앨범이다. 본인스스로도 약물휴유증에 시달리고 있었고, 아끼던 보컬 이승철은 솔로로 독립을 했다. 거의 폐인수준의 김태원의 옆에서 그를 북돋았던 사람이 김재기였고, 그가 그의 음악을 살려주었다. 부활의 명곡인 ‘사랑할수록’도 이 앨범에 실려있다.
 
그의 노래는 저음은 이승철의 어릴때의 음색과 비슷하지만, 고음에서는 허스키하면서도 힘있는 그만의 목소리가 ‘사랑할수록’과 ‘소나기’를 완성시키고 있다.
 
부활3집은 김태원의 감수성이 정말 많이 드러나 있는 앨범이다. 김재기의 목소리는 우울한 모든 이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빗소리속에서 듣는 그의 바이블레이션은 진한 여운을 남긴다. 단 3곡만을 남기고 그는 세상을 떠났다. 최근의 박정현은 이 노래를 아일랜드풍으로 편곡하여 다시 불렀다. 사람들에게서 인식되어진 좋은 곡들은 그렇게 다시 좋은 가수들로 인하여 살아난다. 정말 반가운 일이다.
 
어느 단편소설속에 너는 떠오르지 /표정없이 미소짓던 모습들이
그것은 눈부신 색으로 쓰여지다 /어느샌가 아쉬움으로 스쳐지났지
 
한창 피어나던 장면에서 너는 떠나가려하네 /벌써부터 정해져 있던 얘기인듯
온통 푸른빛으로 그려지다 /급히도 회색빛으로 지워지었지
 
어느새 너는 그렇게 멈추었자/ 작은 시간에 세상을 많이도 적셨네
시작하는 듯 끝이나 버린/ 소설 속에 너무도 많은 걸 적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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