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도립문학관 빈껍데기 문학관되나

오는 10월 민간위탁을 앞둔 전라북도문학관(도립문학관)에 학예연구사가 채용되지 못할 가능성이 커 역동적인 문학관 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28일 전북도에 따르면 도립문학관 올 예산은 지난 6월 도의회를 통과한 리모델링 비용 5억원과 운영비 5천만원 등 모두 5억5천만원. 현재 리모델링 설계 중이며 공사가 끝나는 10월말께 민간위탁을 통해 개관할 예정이다.

전북도는 도립문학관 운영을 위해서는 관장과 행정실장, 사무, 관리담당 등 4명의 전문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가운데 관장은 유급이 아닌 무보수로 계획하고 있다.

이러한 인력구조는 문학관 운영비 5천만원에 맞추어 편성한 것. 5천만원은 10월부터 12월까지 세달동안 문학관 운영에 소요되는 직원 3명의 인건비는 물론 기본 운영비와 사업비 등을 포함한 액수로 큰 변수가 없는 한 민간위탁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렇듯 올 책정된 예산에 맞추다 보니 정작 문학관 운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학예연구사 채용 계획이 빠져 있는 상태.이에 대해 도내 문학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려의 핵심은 도립문학관이 전문 기능이 없는 단순한 전시시설로 위상이 추락할 수 있다는 것. 그 예로 도내 시군 문학관 운영실태를 꼽고 있다.

현재 도내에서 개관한 문학관은 최명희문학관, 채만식문학관, 혼불문학관, 아리랑문학관, 미당문학관 등 5곳. 이 가운데 최명희문학관이 전국에서 손꼽히는 우수 문학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반면 나머지 문학관은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수준이다.

최명희문학관이 우수문학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최명희를 연구하고 행사를 기획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근무하고 있다는 점. 나머지 4곳의 문학관은 문학전문성이 부족한 공무원들이 순환 근무하는 형태로 학술적 기획이나 전시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고근택 전북도 문화예술과장은 “학예사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고 있으나 현재 책정된 문학관 운영예산으로는 상대적 고임금이라고 할 수 있는 학예사를 고용하는 것은 수월치 않아 보인다”며 “차선책으로 민간 위탁 공모 때 학예사를 채용하는 단체에 가산점을 주는 방안을 검토중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예연구사 채용으로 부담해야 할 인건비가 최소 연 2천만원은 넘어야 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채용을 약속할 단체가 있을지 의문이다.

도내 문학인은 “어차피 올해는 예산 배정이 끝난 만큼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내년에는 학예연구사 채용과 관련된 비용이 배정돼 도립문학관이 명실공히 전북을 대표하는 문학관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병재기자 kanadasa@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