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재 전북도 기획관리실장

  2000년대에 들어서 지역균형발전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로 자리를 잡았다. 과거 고도의 성장시기에는 투입위주의 성장전략에 따라 지역적으로 투입대비 성장효과가 높은 수도권 등을 중점 육성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육성방식의 부작용으로 지역간 격차의 심화 및 특정지역으로 인구 집중 그리고 지속적인 성장동력 창출의 한계 표출 등 여러 가지 사회문제가 나타남에 따라 균형발전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었다.

  지역간 불균형을 조정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현 정부는 지난 정부에 이어서 각종 중앙행정기관의 권한을 지방정부로의 이양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자족기능을 갖춘 행정혁신기업도시 등을 지역성장거점으로 육성하는데 여기에는 공공기관의 지방이전과 보조금 지원, 법인세 감면 등의 인센티브를 활용한 기업의 지방이전이 동반된다. 더불어 광역경제권별 특화 산업 및 자원을 활용하는 신성장산업 육성책도 마련하였다.

        지역 불균형 해결 쉽지 않아

  그런데 이러한 여러 가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역간의 불균형의 해결은 쉽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상황과 여건이 다르지만 다른 나라들 또한 지역간의 발전 격차로 인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고 해결을 위한 여러 가지 정책들을 펼치고 있다. 지역균형발전에서 앞서가고 있는 선진국들은 어떠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가? 몇몇 선진국의 대표적인 지역균형발전정책의 예를 살펴보자.

  세계적으로 지역균형발전에서 앞서가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들이 프랑스, 영국, 일본이다.

  프랑스는 중앙정부가 대부분 가지고 있던 행정 및 재정 등의 권한을 지방에 이양하고 동시에 지방에 대한 중앙정부의 통제를 완화하여 광역지자체의 자율성의 확대와 책임성 강화를 이끌어 내고 이를 통해 지역발전을 추구하였다.

  또 계획계약(Contrats de plan)을 도입하여 중앙정부와 광역지자체 간 공동의 이해관계에 있는 사업에 대해 양자간 공식적인 계약을 통해 사업을 추진하였다. 이는 전국적인 국토개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며 개발에 관한 지역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하고 투자사업의 안정성 및 공공지출의 투명성과 효과성을 확보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그리고 프랑스의 공공기관의 이전은 세계적으로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는데 처음에는 공업부문에 한정된 기관의 이전이 교육연구금융 및 공공기관으로 확대하여 지역 산업 경쟁력 강화에 일조하였다.

  영국의 지역균형발전정책도 강력한 지방분권 체제의 확립을 최우선으로 하였다. 이와 함께 지역선택지원금이라는 지역별로 차등된 인센티브를 활용하여 낙후된 지역으로의 기업유치를 유도하였다.

  동시에 지방정부 및 지역의 대표자들이 참여한 지역별 지역개발청이라는 지역개발 전문기관이 지역개발을 주도하게 함으로써 종합적이고 전문적으로 산업발전, 투자유치, 도시재개발 등에 접근하였다. 이 기관은 법률적인 권한과 의무를 지니며 정부의 재정적 지원을 받고 민간의 자율 경영방식을 따라 운영되었다.

  일본 역시 지방분권체제의 강화를 바탕으로 지역균형발전정책을 추진하였다. 수도권 외의 지역의 규제를 완화하여 기업하기 좋은 환경의 조성을 추진하였는데 이는 구조개혁특구제도를 도입으로 효과를 극대화시켰다.

  구조개혁특구제도는 정부가 사전에 모델을 제시해 주는 것이 아니라 지역이 지역특성에 맞는 특구를 구상하도록 하고 지역의 특성을 최대한 반영하는 규제개혁을 추진하도록 하여 기업 환경을 정비하는 제도이다. 이를 통하여 일본은 자립형 지방화를 도모하였다. 일률적인 규제의 틀에서 벗어나 지역에 맞는 규제를 통하여 지자체와 지역에 입주하는 기업의 역량과 창의성을 활성화시킨 것이다.

  이런 선진국의 사례로부터 우리는 여러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지역 불균형 해소에서 앞서가고 있는 나라들은 지역분권화가 잘 이루어져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나라도 현재 많은 부문에서 중앙에서 지방으로의 권한 이양이 이루어지는 중이지만 앞에서 언급한 선진국에 비해서 우리나라의 지방분권화 정도는 미약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지역의 특성과 장점을 잘 아는 지역이 주체가 되어 지역발전을 이루는데 장애요인으로 지적된다.

  프랑스의 사례로 볼 때 우리나라에서 추진되는 공공기관 이전도 앞으로 지역의 경쟁력 강화에 일조하여 지역균형발전에 크게 기여하리라 생각한다. 기관의 이전이 공공부문에 그치지 않고 다방면에서 수도권에 집중된 기관의 이전으로 확대된다면 지역의 경쟁력 향상에 시너지 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

  영국의 지역별 지역개발 전문기관과 프랑스의 계획계약은 중앙정부 중심의 지역개발이 가지는 한계를 극복하는데 좋은 참고가 된다. 더불어 일본의 구조개혁특구제도를 적절히 응용하면 지역이 자신들이 가지는 자원 및 경쟁력을 확인하고 필요한 맞춤식 규제를 통해 지역에서 기업의 경쟁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선진국 사례 도움 얻어야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선진국의 노력이 정답이라 할 수 없으며 모두 좋은 성과를 이룬 것만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들의 고민은 우리가 지역 불균형 문제를 지혜롭게 풀고 조화시키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잘못된 점은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잘된 점은 귀감(龜鑑)으로 삼아 우리의 지역균형발전이 허울뿐인 지역균형으로 그치지 않고 지역이 외부적 자원에 의존하지 않으며 자생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내생적 발전(endogenous development) 단계에 이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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