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먼저 인간이어야 하고, 그 다음에 국민이어야 한다. 법에 대한 존경심보다 먼저 정의에 대한 존경심을 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가 떠맡을 권리가 있는 유일한 책무는 언제든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행하는 것이다.”

이 말은 19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문학가이자 사상가인 헨리 데이빗 소로우(Henry David Thoreau)가 ‘시민의 불복종(Civil Disobedience)’에 기록한 내용이다.

지난 16일 전북도청의 최연소 정무부지사로 취임해 요즘 세간에 가장 많이 화자 되는 인물인 김승수 부지사(43).

소로우의 ‘먼저 인간이어야 한다’는 이 말은 김 부지사의 좌우명이기도 하며, 이 말속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발견했다는 그는 “부지사로서의 일하는 동안 소외된 계층과 개인에 관심을 갖는 것이 내가 숙명처럼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 중의 하나”라고 말한다.

‘다문화 가정 정책 추진시스템’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전북대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았다는 김 부지사에게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과 배려, 인간 자체에 대한 존엄성에 대한 문제는 그가 공직에 있나 없나에 상관없이 끝까지 함께 할 의지가 있는 화두란다.

전북 정읍에서 태어난 김 부지사는 전북대에 정치외교학과에 진학했다. 대학생활은 그를 컨벤션 산업과 국제적 회의에 관심을 둔 정치학도로 변모시켰고, 대학 졸업 후 그는 국제회의학 교수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유학을 준비했다.

김 부지사가 ‘마음이 도덕 위에 확고하게 서서 움직이지 않는다’는 서른 살 ‘이립(而立)’의 나이이던 지난 1998년, 미국에 가서 유학할 학교를 알아보고 잠시 귀국한 그에게는 인생을 바꿔줄 만남이 기다리고 있었다.

“제가 유학을 가려고 한국에 잠깐 들어왔는데 유학에 대한 상담을 위해 찾아간 지도교수님께서 당시 시장으로 계시던 현 도지사님과 함께 일해보지 않겠느냐고 권유하셨죠. 그게 계기가 돼서 처음 만나본 김완주라는 인물의 첫인상은 ‘풍운아’라는 느낌이었어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성공한 지도자에의 곁에는 언제나 유능한 참모가 있기 마련.

서른 살의 김 부지사는 지도자의 위세를 등에 엎고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측근’이 아닌 지도자를 바른길로 이끌고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직언할 수 있는 ‘좋은 참모’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김 지사의 수행비서로서 시장선거 캠프에 뛰어들게 된다.

“당시 김완주 도지사님은 행정가로서 일은 잘했지만, 선거운동을 한번도 안 해보셔서 사람을 대하는 휴먼 스킬은 다소 부족하셨어요. 한번은 선거운동을 위해 여자분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에 같이 인사 드리러 가자니까 쑥스러워서 못 가겠다고 하실 정도였죠.”

김 부지사는 이렇게 김완주 도지사와 함께 일하기 시작했고, 함께 일을 하면서 그에게 점차 인간적인 정을 느끼게 된다.

“선거 운동을 하면서 지사님을 참 많이도 끌고 다녔어요. 어느 날인가 지사님과 새벽에 약수터에 함께 가기로 했는데 나오시지 않길래 찾아가봤더니 침대에서 혼자 코피를 쏟고 계셨어요. ‘선거운동이 그렇게 힘든 줄 몰랐다’고 나지막이 말씀하시는데 ‘내가 욕심에 너무 끌고 다녔나’ 라는 생각이 들었죠. 또 한번은 지사님이 전주시장이 된 후 장염으로 고생하셨는데 당시 혼자 지내시던 게 걱정이 돼서 하얀 죽과 간장 종지를 조용히 놓고 나왔었어요. 시간이 지나고 다시 찾아가보니 죽이 그대로 있었어요.”

이때 김완주 도지사가 걱정과 의아로 가득했던 그에게 한 말은 “승수야, 나는 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흰 죽이다. 가난하게 살아서 만날 흰 죽만 먹고 자라서 난 흰 죽이 싫다”였단다.

기계적 관계였던 두 사람은 이런저런 소소한 에피소드 속에 인간적인 정을 느끼며 23년의 나이차이를 극복한 동지, 같은 목표를 가진 동반자가 되어갔다.

두 사람이 네 번의 캠프를 함께하며 13년의 세월을 지나온 동안, 김완주 지사는 모두가 아는 것처럼 두 차례의 전주시장을 거친 후 전북도지사에 재선돼 현재 전북도정을 담당하고 있으며, 김 부지사는 전북도청 행정계장과 비서실장, 대외협력국장 등을 역임하는 동안 겸손한 태도와 능력을 인정받으며 같은 목표를 이루기 위한 개인적인 역량을 키워왔다.

그의 평소 여가생활은 독서. 주중에 한 권을 읽고, 다소 여유가 되는 주말에 또 한 권을 읽는단다. 이렇듯 1년이면 100여권에 달하는 독서량을 자랑하는 김 부지사는 남들과 비교해 빠른 성장 속에서,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던 데에는 책으로부터 얻은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어느덧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우려 속에 정무부지사에 취임했다.

‘혼자 걸어가는 길은 신호등이 켜지면 가고, 꺼지면 안 가면 되지만 이제는 스스로의 행동이나 판단이 다수의 도민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에 어느 것 하나 가볍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보다 막중해진 어깨를 통감하는 김 부지사는 끝으로 정무부지사로서 자신이 해야 할 역할과 목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현재 전라북도가 현안을 풀어나가는 과정을 보면 엄청난 빛이 분산되는 샹들리에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샹들리에 같아서는 안되고, 오직 한 곳에만 빛을 집중하는 레이저 같아야 해요. 그렇기 위해서는 구심점이 있어야 하죠. 저는 구심점은 신뢰라고 생각하고, 그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진정성이 요구됩니다. 진정성을 가지고 도민과 의사소통하고, 감정을 공유하는 등의 방법으로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정무부지사로서의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글=김근태기자·사진=이상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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