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규 전주시의회 의원
태풍 ‘무이파’에 실려온 바람이 수상하게 몰아치더니 아침부터 장대비가 쏟아졌다. 바람이 세게 불고, 번개가 치고, 검은 구름이 낮게 깔리고, 하늘이 뚫려 물폭탄을 퍼부었다. 최근 기후는 일기예보는 예보이고 예측일 뿐, 현지에서의 재해는 엉뚱하게 나타나고 있다.

예측은 하지만 피해가 그 만큼 크다는 것이다. 송천동은 건지산을 끼고 있기 때문에 집중호우가 내리면 숲과 나무, 풀들이 저류작용을 못하고 쏜살같이 새로운 물길을 만들어 주택가나 아스팔트 도로로 쏟아진다.

여름철 폭우라고 하면 이러한 일이 상습화되었다. 218mm 장대비가 쏟아지던 지난 주 아침 팔학골 단독주택 주민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5분후에는 농산물시장부근에서 다른 분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어디로 가야할까? 순서를 정했다.

먼저 동 주민센터에 전화로 신고를 했더니 거의 전 직원이 물 피해 현장으로 나가 있단다. 서둘러 현장에 달려가니, 흙탕물이 도로에 차오르고 마당과 지하실이 넘치면서 빠지고 있었다. 낙엽과 부유물, 돌들이 하수구 구멍을 메우니 물은 쉽게 빠지지 않았고, 웅성거리는 사람들 틈에 노란비옷을 입은 동사무소 직원들은 여자직원까지 나와서 현장을 정리하고 물길을 유도하고 있었다.

마을 새마을 회원들도 수해복구를 하고 있었다. 신고를 받고 달려온 소방차는 침수된 주택가의 지하실을 퍼내기 위해 준비 중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물 피해   물길이 잡히고 빗줄기가 가늘어지자 다시 농산물시장 부근 농경지로 이동했다. 전주천 하류와 인접한 이곳은 가장 침수가 상습화된 큰 물구덩이다.

송천동의 작은 실개천과 지류들이 다 모이는 곳이다. 전라선 철교부근 발단리 부근 밭과 논에서 내려온 물길이 농산물시장 진입로 하수관거를 넘쳐 주차장과 노면에 흥건히 고였다가 차츰 수위가 내려가고 있었다. 민원인은 이러한 큰물이 상습적으로 반복되는데 하수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는가? 따져 물었다.

일시적으로 불어 닥친 물이 옷가게나 상점들 창고를 덮쳐 재산피해를 작년에도 경험한 지역이다. 전주천 언더패스가 떠올라 추천대교쪽으로 가는 데 4차선 도로의 노면도 집중호우로 물이 빠지지 못하고 있었다. 수륙을 오가는 운전을 하고 추천대교에 도착하니 지구대순찰차가 언더패스를 막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여름 장마철이면 여러 차례 민원을 받는 지역이다. 거의 4~5년째 반복되고 있다. 반복적 관행에도 불구하고 대충 몸으로 때우고 예산 부족을 핑계로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다 보니 기후변화와 홍수에 취약해졌다. 다양한 예측과 변수, 세심한 지침까지 가상하지 않으면 최근의 기후 변화 추세는 변덕이 더 심해지고 피해도 더 많아질 것 뻔하다.

이는 급속한 도시화 과정에서, 재해에 대비한 도시계획이 장기적 관점에서 이루어지지 않은 탓이다. 많은 강수량을 대비한 하수체계와 시스템, 방재대책이 아직은 일차원 수공업적이다. 전문가들은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기후정책과 사업들을 요구하고 있다.

영국이나 유럽 대도시들도 같은 시행착오를 겪었는데 홍수 대책을 하수관거 의존시스템에서 지속가능한 배수시스템으로 정책을 전환하였다. 전주시의 빗물관리계획은 그런 면에서 아주 선진적인 정책 방향이나 대대적인 실행과정은 두고 볼 일이다.

도시화에 따른 빗물의 움직임, 물길을 초기부터 잡는 저류 배수시스템으로 물길을 돌리는 정책과 강우량에 따른 수량을 계산하여 예측피해지역을 예고하며 사전적 예방하는 방재시스템 등 패러다임을 확 바꾸지 않고서는 자연재해를 극복할 수 없는 도시 밀도화의 함정은 상존할 수밖에 없다.

방재 패러다임 확 바꿔야   침수 문제와 별개로 교차로나 횡단보도의 물고임 현상도 도시민들에게는 불편함을 일으킨다. 교차로나 횡단보도에 서 있다가 물이 튀어 옷을 버리거나 기분이 상하는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특히 장대비가 오면 보도는 물 빠짐이 아주 좋지 않다.

최근에는 하수관거를 주름관으로 교체하여 지하에 매설하다 보니 집수정의 간격도 멀어져 인도나 차도 갓길의 물 빠짐이 느릴 수밖에 없고 수막현상과 물 창을 치기가 다반사다.

도로시설의 계획과 도로관리가 차량위주의 정책에서 보행자위주의 정책으로 변할 것을 요구하는 시대 변화에 맞는 사업으로, 시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안전한 도로관리 치수관리가 있었으면 한다. 안전하고 기초가 튼튼한 편안한 도시가 도심의 기능을 제대로 할 것이고 시민들에게 활력을 더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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