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사람을 걷게 만든다. 뜨거웠던 햇빛을 피해 그늘로만 찾아들던 여름을 지나 높은 하늘을 쳐다도 보고, 선선한 바람에 몸을 맡기며 가벼운 산책을 하게 한다. 노래처럼 발밤발밤 걷게 한다.
 
‘가는 곳을 정하지 아니하고 발길이 가는 대로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걷는 모양‘이 발밤발밤이다.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사는 모든 사람들이 과연 하루에 목적없이 발길이 가는대로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가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갑자기 다가온 가을바람에 몸을 맡기며 작은길을 걷고 싶다.
 
이 노래는 전 국민의 드라마였던 선덕여왕의 사운드트랙으로 쓰였던 곡이다. 뮤지컬배우인 홍광호가 불러, 더욱 가사전달에 감정을 담은 느낌이 강하다. 더구나 이곡은 비담의 타이틀곡으로 어머니에게 버려지고, 정없이 길러진 비담의 닿지 못하는 사랑의 비련이 애절하게 담아져 있다.
 
운율의 반복속에서 오는 한글만의 감정표현은 그 어떤 수식어보다 더 아름답다. 이런 의태어, 의성어로 그 감정이 응축되어 있는 것을 느끼는 것은 한국인이기 때문에 가능한가? 신라시대의 운율과 정서일것만 같은 이 단어는 노래속에서도 비담의 심정을 담아 바람결과 함께 들려온다.
 
곁에도 멀리도  갈 수 없어 /눈에도 맘에도 둘 수 없어
차라리 이대로 눈이 멀어 /나를 보는 너조차 몰랐으면
 
발밤발밤 걸어 나에게로 오는 /천계속에 발소리도 그대란걸 아는데
발밤발밤 걸어 눈물길을 지나 /하루하루 돌아서면 살 수 있을까
 
발밤발밤 걸어 나에게로 오는 /천계속에 발소리도 그대란걸 아는데
발밤발밤 걸어 날 떠나가도 /겨워겨워 내 안에 풀어야지
울어울어 우는 그 마음까지
 
삼천변의 풀들 사이로 작은벌레들의 우는 소리가 많이 들린다. 오늘은 발밤발밤 삼천의 물길따라 바람이 부는대로 걸어보고 싶다. 사랑하는 이에게 닿지 못하는 심정으로 방황하는 발밤발밤이 아닌 자연을 느끼며, 발밤발밤 걸어보고 싶다. 이 아름다운 운율처럼 그렇게..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