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고향은 전남 고흥군 거금도라는 곳입니다.

섬사람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뭍을 동경해 왔고 특히 마을 입구 오래된 느티나무가 서 있는 산골, 여기 신전마을은 제가 꼭 살고 싶었던 곳입니다.”

지난 2008년 신전마을에 귀농, 얼마전까지 마을 사무장으로 일해왔던 시인 장현우(45). 느티나무가 잇는 산골을 좋아하는 이유가 어디 풍경뿐이겠는가. 겉은 화려하고 풍부한 것 같지만 속살을 들여다 보면 ‘공허’함만이 가득한 도시를 떠나고 싶었던 마음이 이 곳에서 터를 잡고 살던 선배를 따라 정착하게 된 계기다.

이러한 그가 귀농 이후 그곳에서 체험한 농촌 풍경을 첫시집 ‘귀농일기’에 담아 펴냈다.

‘귀농일기’에서는 일기형식을 띤 시 56편을 통해 농촌의 현실과 농민의 심정을 진솔하면서도 담백하게, 그리고 따뜻하게 그리고 있다.

‘귀농’을 선택한 다른 이들처럼 그도 절박함을 지녔으나 그 절박함은 ‘따뜻한 농촌공동체’를 느끼고 싶은 절박함이다.

‘고향을 떠나 나도 모르게 뛰어서 출근하는 전철역 어디쯤에서 내 얼굴을 잃어버렸을까 잃어버린 줄도 모르고 웃고 있는 사진을 바라보며 곰곰 오던 길을 되짚어 본다’(‘반명함판 사진’)라고 한 것처럼, 시인은 잃어버린 얼굴(잃어버린 나)을 찾기 위해 귀농을 선택한 것이다.

따라서 그의 귀농은 농경사회의 따뜻한 공동체의식에 대한 기억 속에 내재한 욕망이 추동한 필연적인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비만 오면 제일 먼저 술자리 펴는 방앗간 형님은 찹쌀 한 말을, 막노동판에서 막 돌아온 오십줄 노총각 뒷집 형님은 맥주와 소주를, 시계보다 정확하게 하루하루가 똑같은 과수원 형님은 수박과 참외를 들고 나왔다 더위도 한풀 꺾고 쉬어가는 백중날이다”- ‘백중’ 중에서 백중날, 동네 사람들이 모여 흥겹게 노니는 위 시는 귀농을 통해 장현우 시인이 꿈꿔왔던 농촌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흥겨운 잔치를 위해 형편껏, 십시일반으로 먹을 것을 가져오는 이 모습이야말로 우리가 잃어버렸던 아름다운 정서, 옛 시골을 연상케 한다.

각자 ‘흥겨운 잔치’를 위해 서로 돕는 이 모습이야말로 잊혀진 농경사회의 공동체적인 삶의 아름다운 모습인 것이다.

‘농촌공동체의 따뜻함과 순박함’이 그립고, ‘정신적 공허함’을 치유하기 위해 농촌으로 다시 들어온 시인. 그의 시 속에는 그가 꿈꾸어온 ‘귀농’의 의미가 그가 농사지으며 살고 있는 ‘신전리’를 통해 하나 둘씩 복귀되어감을 본다.

그는 2006년 ‘문예연구’를 통해 등단했다.

전북작가회의 회원. 모아드림 기획시선집 134. 8천원. /이병재기자 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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