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시집 ‘거미’와 두번째 시집 ‘가뜬한 잠’을 통해 서정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박성우 시인이 4년 만에 세 번째 시집 ‘자두나무 정류장’을 펴냈다.

'창비시선' 338권.그는 ‘자두나무 정류장’을 통해 직접 몸 부대끼며 겪은 체험 속에서 가식 없는 정갈한 언어를 일구어 따뜻하고 아름다운 서정의 세계를 그린다.

공동체적 삶의 회복을 지향해온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가족의 울타리를 넘어서 농경문화적 전통이 살아 숨쉬는 '외딴 강마을'(‘자두나무 정류장’)을 주요 시적 공간으로 삼는다.

외딴 강마을/자두나무 정류장에//비가 와서 내린다/눈이 와서 내린다/달이 와서 내린다/별이 와서 내린다//나는 자주자주/자두나무 정류장에 간다//(중략)//비가 오면 비마중/눈이 오면 눈마중/달이 오면 달마중/별이 오면 별마중 간다(‘자두나무 정류장’ 부분) '발 동동거릴 일 없이 느긋'한 그곳에서는 '나'와 '너'의 경계도 없고, 손익을 따지는 약삭빠른 계산도 무의미하다.

한 사람이 먼저 베풀면 자연히 그에 대한 보답이 이어지는 순박한 마음이 있을 뿐이다.

남달리 따뜻한 그의 시선은 이웃뿐 아니라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성찰하며 생명의 근원을 파고든다.

강변을 걷다 발견한 고라니뼈에서 “물 한 모금과 목숨이 아무렇게나 뒤엉킨 시간”(‘고라니뼈’)을 보며 자연과 생명의 섭리를 일깨우는 시인은, “씨앗 묻은 일도 모종한 일도 없는”데 “소나무에 호박넝쿨이 올”라온 “뜬금없는” 일에서도 거스를 수 없는 생명의 소중함과 경이로움을 깨닫는다.

장정 셋의 하루 품을 빌려 이른 봄에 옮겨온 소나무,/뜬금없이 올라온 호박넝쿨이 솔가지를 덮쳐갔다/일개 호박넝쿨에게 소나무를 내줄 수는 없는 일/줄기를 걷어내려다 보니 애호박 하나가 곧 익겠다//(중략) 애호박은 또 애호박을 내놓는다/소나무조차 솔잎 대신 호박잎을 내다는가, 싶더니 애호//호박넝쿨은 기어이 소나무를 잡아먹고 호박나무가 되었다(‘애호’ 부분) 박성우는 1971년 정읍에서 태어났다.

원광대학교와 같은 대학원에서 문예창작학을 공부하였다.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거미’가 당선되면서 시 작품 활동을, 200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미역’이 당선되면서 동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이병재기자 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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