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다니엘서 9장에 보면 페르시아왕 아닥사스다가 유대인들에게 예루살렘 성을 다시 지으라고 명령한 후 483년이 지나면 이 메시아가 왕으로 예루살렘에 올 것이라고 했다.

이 법령이 내려진 것은 기원전 446년경이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2천여 년전 페르시아나 혹은 그 인근 사람들은 이 메시아가 곧 올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있었을 것임이 분명하다.

이런 때 정말 이곳에 이상스런 별 하나가 나타났다.

<중략…> 이 별에 특별히 주목한 동방의 박사들의 정확한 정체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줄곧 누구도 밝히지 못한 신비로 남아있다.

성경이 동방의 박사들이라는 실마리 이외에는 더 이상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고 침묵하기에 더욱 그러하다.

”<조덕영 박사의 ‘창조신학연구소’ 홈페이지(www.kictnet.net) 발췌> 베들레헴에서 예수가 탄생하였을 때 마굿간을 비추는 별을 보고 동쪽에서 찾아와 아기 예수에게 경배하고 황금, 유약, 몰약(沒藥)의 세 가지 예물을 바쳤다고 하는 세 명의 점성술가를 가르키는 동방박사.“그들은 바로 나라 잃은 고조선의 유민이었다.

” 소설가 이병천이 소설 작가적 상상력을 벌휘해 펴낸 소설 ‘90000리’(다산책방. 1만3천원)는 BC 1년부터 AD 1년까지, 고조선 유민이 신을 찾아 떠난 구만 리 여정을 그린 로드팩션이다.

이 소설은 ‘왜 동방박사는 자신들의 나라 이름을 밝히지 않았을까? 미처 밝히지 못할 사정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라는 의문에서 시작됐다.

스스로를 ‘하늘의 아들’이라고 부르던 예수와 자신들을 ‘하늘의 자손’이라고 믿었던 고조선. 동방박사가 동이족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에서 시작된 이병천의 장르적 상상력은 전통적 소설기법으로 탄탄히 무장하고, 자칫 흥밋거리로 치부될 이야기 하나를 역사 속에서 실제하는 한 사건 속으로 끌어왔다.

나라를 잃은 고조선 유민들이 서쪽 하늘에서 분화한 별 하나를 보고 유대의 땅으로 구만 리 여정을 떠난다.

유대의 땅을 향해 걷는 동이족 일행은 모두 열두 명. 그리고 이들을 뒤쫓는 한 제국의 호기군과 북군 군관 융커. 동이족의 목적은 신을 만나는 것이고, 융커의 목적은 신을 죽이는 것이다.

이병천은 198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에 당선됐다.

소설집으로 ‘사냥’ ‘모래내 모래톱’ ‘홀리데이’ 등과 장편소설 ‘마지막 조선검 은명기’ ‘저기 저 까마귀떼’ ‘에덴동산을 떠나며’ 등이 있다.

/이병재기자 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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