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가 경기전의 유료화를 놓고 시민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다고 한다. 경기전 유료화는 찬반 주장이 맞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28일에는 학계 전문가와 시의회, 언론계, 한옥마을 주민대표, 관광분야 전문가, 시민단체 대표 등이 참여한 가운데 주민토론회를 개최한다고 한다.

전주시는 경기전 유료화의 이유로 태조 이성계의 어진이 봉안된 왕실의 사당임에도 불구하고 무료 관람으로 인해 무분별하게 출입하면서 가치가 훼손된다고 밝히고 있다. 또 경기전을 지속적으로 관리·보존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한다. 또 각종 제례를 재현하는 등의 볼거리를 상설화할 예정이라고 하지만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경기전은 시민공원인데다 전주 역사의 상징이다. 무료입장이어서 시설을 함부로 대하고, 유료화하면 시설을 존중하게 된다는 것은 억지가 있다. 더욱이 유료화를 통한 입장료 수익보다 입장료 징수를 위한 시설과 관리 인력 운용에 더욱 많은 비용이 들어갈 수 있다. 시의 유료화 논리 자체에 무리가 있다. 

시민단체와 문화계도 유료화에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보이고 있다. 도심에 있는 녹지공간으로서 시민들의 쉼터인 경기전을 유료화하는 것은 구시대적이라는 것이다. 한옥마을 내 관광 중심인 경기전이 자칫 ‘외딴 섬’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어 현재처럼 무료로 입장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전주시의회도 반대 입장이다. 시가 유료화 조례안을 상정했으나 시의회에서 이를 유보한 바 있다.

전주시는 이번 설문조사를 공정하게 실시해야 한다. 그동안 행정기관이 시행하는 설문조사가 행정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 경우가 적지 않다. 행정 행위 정당화를 위해 여론을 왜곡하거나 조작하는 것은 비도덕적인 행위다. 설문조사가 얼마나 공정하게 실시되는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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