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길 부사장
임진년 새해의 출발이다.

책상위에 놓인 마지막 달력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흘러간 시간들을 아쉬움으로 채우며 또 하나의 성상을 쌓았다.

2011년 새해  이명박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국운이 융성하는 좋은 흐름을 타고 있습니다. 선진국 문턱을 단숨에 넘어야 합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취업 이력서 쓰기에 지친 20대의 좌절, 전세난과 보육 걱정이 30대를 분노케 한 경제, 사교육비와 노후가 불안한 40대를 절망케 했다.

이처럼 대다수 국민이 실업, 고용불안, 경제양극화로 고통을 받았다.

우리를 즐겁게 해준 일보다 마음을 무겁게 만들어 준 일이 더 많이 기억에 남는 한 해였다.

부끄럼 없이 떠올리지 못하는 날들이 많았고 후회스런 일들도 많았다.

저마다 살맛나는 사회, 따뜻한 사회를 만들자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도 헐벗은 민초들의 몰골에 아직도 햇빛을 담지 못했다.

새해가 되면 정치권을 비롯하여 성공한 사람들은 다들 거창한 구호를 내건다.

가난한 계층이 안심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베풀며 그들이 자신의 발로 다시 일어서도록 돕는 사회메커니즘을 만들겠다고 한다.

나눔과 소통 속에서만 우리 모두가 주인이 될 수 있으며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도 한다.

나눔은 동정이나 내가 가지고 남는 것을 남에게 주는 것이 아니고 사회의 안정된 재화를 각자 자기 몫이 정확히 돌아가도록 정의롭게 배분하는 것이고 권력이 그렇고 돈이 그렇고 복지와 문화가 그렇다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돈은 돈 따라 돌고 권력 또한 소수가 독점을 한다.

시작이란 과거의 사슬을 끊어버리는 허수의시간과 지금사이에서 억지 놀음이지만 그래도 시작이라니 다짐을 해보려 하나 미처 여미지 못한 가슴이 휑하니 뚫릴 것 같다.

그러나 강자만 살판나는 세상이라 해도 많은 새해소망을 적어보자. 남들이 바보 같다고 놀려도 그냥 아무렇지도 않은 듯 미소 지으며 여유로운 한해를 살고 싶다고 적어 보자. 지금껏 그래 왔듯이 금년이 더 어렵다고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아무 욕심 없이 가족들을 위하여 밥 짓고 빨래하고 건강하게 잘 자라 가는 자식들을 지켜보는 일이 일상의 즐거움이면 부자 부럽지 않다고 적어도 보자. 저녁 찬거리를 사기 위해 시장에 가보자. 겨울이 한창인데 시장은 마치 봄 들판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처럼 봄의 향취로 가득 차있다.

냉이, 오이, 시금치, 미나리, 야산 언덕을 금방 헤집고 올라온 것처럼 싱싱하다 . 꽁치 몇 마리와 냉이와 미나리를 좀 사서 비닐봉지에 싸들고 나오자. 가족들이 봄의 미각을 즐기며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즐겁지 않은가. 올해도 큰 욕심 낼 것 없다.

언제 다사다난한 해가 없었든 세월이 있었던가. 용을 만들겠다고 다짐도 큰 소리들을 쳤지만 지나놓고 보면 뱀이고 도마뱀 아니었던가. 우리 사주팔자 고쳐줄 사람 없다.

내 삶의 문제에 대한 답을 준 정치 없었다.

악어 눈물이나 흘려대는 그런 정치 기댈 필요 없다.

주어진 상황에서 열심히 살면 된다.

명품가방 이름을 몰라도 이만큼 사는 것도 감사하고 그래서 매사에 감사하고 마음에는 흥겨운 노래 소리가 흐르고 언제나 향기로운 언어로 가득 채워지고 이웃과 고마운 마음을 일궈가면서 미소 지으며 재미있게 살면 된다.

좋은 이웃과 함께 산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사람마다 많은 소망이 있을 것이고 또 사람마다 새해의 소망은 다를 것이다.

집이 없는 사람은 조그마한 집이라도 갖기를 원할 것이다.

아이가 없는 사람은 귀여운 옥동자를, 외로운 사람은 사랑스런 연인을, 병약한 사람은 건강을 원할 것이다.

어제보다는 나은 내일을 기구 할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큰 축복은 희망이다.

눈물을 흘리며 밥숟가락을 드는 사회가 아니라 굶주림이 없는 사회, 빼앗는 사회가 아니라 서로 주고 사는 사회가 되도록 더 많은 축복이 내려지기를 소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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